> 뉴스 > 칼럼 | 심웅섭 맨눈으로 세상보기
   
잡초에 대한 생각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2011년 08월 19일 (금) 10:05:42 심웅섭 shimws2002@hanmail.net

다시 찾은 콩밭, 밭둑부터 이랑 사이사이까지 잡초가 무성하다. 아내와 구슬땀을 흘리며 풀을 뽑은 것이 불과 보름 전인데 언제 풀을 뽑았냐는 듯 무릎을 넘어선 잡초들의 생명력이 놀랍다. 원래 장마가 끝날 무렵, 끝난 후인 요즈음이 일 년 중 잡초가 가장 극성을 부릴 때다. 더구나 올해는 시도 때도 없이 두 달째 비가 내렸으니 말해 무엇하랴.

손으로 뽑는 것은 아예 포기하고 예초기를 들이댔다. 그나마 이정도가 다행이다. 이때를 놓쳐 이십일을 지나 한 달이 넘으면 잡초들은 온 밭을 제 마음대로 점령하고 씨까지 맺어서 볼일을 다 봐버리기 십상이다. 이쯤 되면 두 손 들고 항복하고 나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이 짧은 농사경력에서 얻는 내 경험이다.

잡초 중에서도 유난히 골치 아픈 놈들이 있다. 우선은 바랭이. 이 녀석은 생명력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땅으로 바짝 붙어 자라는데다가 관절 마디마디에서 뿌리를 내어 땅에 붙어버리니 뽑기도 어렵고 예초기로도 답이 안 나오는 놈이다. 또 다른 골칫덩이는 한삼(환삼) 덩굴. 시골에서는 집게 덩굴로 불리기도 하는데 작은 가시가 잎 뒤와 줄기에 무수히 많아서 옷에 들러붙기도 하고 맨살에 스치면 붉은 상처자국을 남기기도 하는 놈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별처럼 생긴 잎을 따서는 계급장이라고 옷에 몇 개씩 붙이고 병정놀이를 했던 바로 그놈이다. 이른 봄에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 녀석은 조금만 방치했다가는 주변의 흙과 바위는 물론이고 콩이건 들깨건 웬만한 나무까지 전체를 덮어버리는 놀라운 생명력의 소유자다. 보이는 족족 뿌리를 찾아 뽑아내는 게 상수다.

어디 이 두 녀석뿐이랴. 무섭게 자라고 뿌리가 단단해서 좀처럼 뽑히지 않는 피, 봄이면 들로 산으로 온 땅을 덮어 버려 이름까지 천덕꾸러기로 얻은 개망초, 키 큰 명아주, 줄콩, 강아지풀, 까마중...... 모두 다 나름대로의 내공으로 자리를 잡아온 잡초계의 대부들이시다.

   
  ▲ 쇠비름  
 


그런데 이 잡초 중에서도 요즘 들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쇠비름이다. 마치 채송화처럼 둥글고 붉은 줄기에 작고 두꺼운 잎을 가진 이 쇠비름이 오메가 3가 많아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더구나 항암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이 쇠비름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당연히 쇠비름은 잡초 목록에서 제외, 바로 귀중한 약초로 등극을 시켜버렸다. 다행히 우리 밭에는 심지도 않은 쇠비름이 지천이다. 예초기의 날이 자칫 쇠비름을 다칠까봐 조심조심 풀을 깎는다.

귀한 약초대접을 받는, 혹은 받았던 분들이 어디 쇠비름뿐이 아니다. 쑥이니 질경이, 도꼬마리, 우슬(쇠무릎)같은 것들은 예로부터 한약재로 써 왔으니 당연하다 치자. 몇 년 전에는 쇠뜨기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고 요즘에는 쇠비름이 뜨고 있으니 다음에는 어떤 잡초가 약초가 될지 알 수 없는 일. 이쯤 되면 사람팔자가 아니라 잡초 팔자 시간문제라는 속담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약초들은 또 다쳐서 안 되니 조심조심.... 거기에 밭둑을 덮어버릴 요량으로 일부러 심은 구절초와 민들레, 자운영까지 보호해야하니 그야말로 예초기는 듬성듬성, 쥐 파먹은 것처럼 대충대충 깎을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이 잡초라는 것 자체가 참으로 무책임하고도 이기적인, 그러면서도 무식에서 나온 말이다. 각자 다 나름대로의 이름과 효능과 의미를 가진 풀이건만 지금 당장 불편하다고 그냥 도매금으로 뽑혀지는 잡초들. 아니 뽑혀지는 것도 부족해 그 독한 제초제를 온 몸에 맞고 흉물스런 모습으로 타죽어야 하는 운명. 그러나 사실은 인간이 그 효용성을 발견하지 못한, 혹은 인간에게는 유용하지 않지만 지구적 생태계에서는 귀한 존재라는 뜻이 잡초라는 말 속에 내포되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잡초라는 말보다는 아직 그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미지초(未知草)정도가 합당한 게 아닐까?







심웅섭의 다른기사 보기  
ⓒ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cb.org)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단체소개  |  찾아오시는 길  |  제휴안내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