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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원 자살소동과 성급한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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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25일 (목) 09:51:16 M cbmedia@hanmail.net

그의 자살은 미수로 그쳤다. 지난 18일 신창원이 자살을 시도했다. 무기수인 그는 경북 북부제1교도소(청송교도소)에서 지난해 6월부터 수감중이었다. 자살도구로는 설거지나 빨래 등을 위해 교도소 내에서 구입한 고무장갑이 쓰였다. '신창원 자살'이라는 제목의 속보가 뜬 직후, 각 언론사들은 앞다퉈 그의 자살시도에 대해 보도했다. 하지만 회사의 이름만 다를뿐 기자들이 쏟아내는 기사는 연합기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철지난 탈옥수의 자살시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딱 이정도 수준이었다.

아무도 그의 자살시도 원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듯 했다. 교도소 측에서는 지난달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때문으로 보인다는 말을 했고 기사들은 그 말을 잘 반영했다. 심지어 3대 보수신문으로 일컬어지는 모 신문에서는 신창원은 교도관을 만날때면 언제나 "감사합니다", "열심히하겠습니다"와 같은 말을 하는 모범수였다며 그의 공부를 위해 교도소 측에서 교화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대신 독방(1.2평)을 제공해 줬다는 말을 그대로 쓰기도 했다. 그의 방에는 CCTV도 없었다는 말도 덧 붙였다. 일반적으로 독방이라 함은 교도소에서 잘못을 저지르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공간이다. 그 기사는 처벌의 공간을 배려의 공간으로 순식간에 변화시키는 요술을 부렸다.

그가 자살을 시도한 날 신창원의 편지들이 공개됐다.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장이 공개한 편지는 2010년 1월4일에 작성된 편지로 신창원이 지난해 6월 중범죄자를 주로 가두는 제2교도소에서 일반 수형자가 있는 제1교도소로 이감되기 전에 작성된 것이다. 편지를 보면 교도소내 인권문제와 격리된 생활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그의 감정이 잘 묘사가 돼 있다.

언론은 이번에는 이 편지를 받아썼다. 19일 한겨레는 "학자같은 문장 ...신창원 편지 공개 화제", 20일 조선은 ""왜 수갑을 차고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자살 암시한 신창원 편지 공개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22일 동아는 "자살 기도 신창원이 올초 외부로 보낸 편지 내용은…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 기사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인 편지가 쓰여진 시점확인에서 부터 오보를 냈다. 뒤이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경제지들과 온라인매체들이 "자살 시도는 수용 실태 때문?… 몸부림 치고 있다", "신창원 편지 공개…자살 시도 이유 담겨 있나?"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을 만들어냈다.

기사에서 정말 신창원의 자살시도 원인에 대한 것을 다루고 싶었다면 이런식의 섣부른 접근보다는 추가 취재를 통한 합리적인 팩트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는 그의 자살 동기를 추정케하는 측면에서 의미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직접적인 팩트로서는 부족하다. 일단 편지가 작성된 시점이 지난해 1월로 1년도 더 전의 일이다. 더욱이 신창원의 경우 이전에도 교도소내 인권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왔으며 지난 2008년에는 민사소송을 내 일부 승소를 거두기도 했다. 때문에 이 편지만 가지고는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자살을 시도했는가라는 부분에 있어서의 의문점이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 21일, 22일 이틀 연이어 신창원이 쓴 추가 편지가 공개 됐다. 마찬가지로 문 소장이 공개한 이번 편지는 신창원과 서신을 주고 받던 여인이 자신에게 보내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편지들은 지난달 21일과 지난 9일 작성된 편지로 지금까지 공개된 신창원의 편지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 이 편지에서는 오히려 교도소내 인권문제에 대한 내용이 없다. 그렇다고해서 전적으로 이번 자살시도의 원인이 교도소내 인권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볼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런 단편적인 자료들은 어떤 가능성과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결정적 단서, 즉 스모킹 건이 되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부족하다. 때문에 추가취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그런 의지도 여력도 없어 보인다. 현 시대를 인쇄매체의 위기, 종편의 등장으로 인한 미디어 빅뱅시대, 대 혼란의 시대라고 한다. 이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어느덧 언론인 본연의 자세인 사실 확인과 취재의 임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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