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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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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30일 (금) 14:17:38 M cbmedia@hanmail.net
지난 21일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그날, 여의도에 위치한 ㄷ 증권사 직원은 화장실에서 목을 멨다. 둘 사이에 연관은 없지만 같은날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디뎠고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음보다 더한 괴로움속에서 떨다 끝을 향해 달려갔다. 이렇게 시간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죽음보다 더한 괴로움. 그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흔적이 그의 마지막 상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화장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목을 멘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중간에 자신의 심경의 변화를 우려해 시작은 자의로 하지만 끝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끔 만들어 놓는다. 때문에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거나 목을 메도 의탁물을 걷어차는 식으로 마지막에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미리 설정해 놓는다.

하지만 그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벽과 밟고 올라설 수 있는 변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참았다. 마지막 숨이 다할 때 까지.

아는 선배의 학교 후배이기도 한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욕망'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좌절된 욕망'이다.

증권사에서 고객의 돈을 운용할때는 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계좌를 이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좀 더 높은 수임료때문에 소위 차명계좌를 만들어 개인적으로 자금을 운용했다고 한다. 과욕이 화를 부른 것일까. 그토록 자신있던 그는 연일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급기야는 사채까지 끌어들여 막고 막다가 결국 죽음으로써 끝을 냈다.

여의도 하니까 생각나는 거지만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여의도'는 이런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냉혹함을 비교적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비록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중 증권사 부장이 자신의 상사를 밟고 올라선 부하직원에서 이렇게 말한다. "너는 정말 비열한 놈이야, 하지만 나는 그래서 네가 좋아. 기업은 무슨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든 살아남아야 하는 치열함이 필요한데 네가 딱 그래."

여의도라는 공간은 정치인, 금융인, 언론인 등이 몰려있는 곳으로 권력과 돈, 명예의 상징인 곳이다. 이 공간에서 상생만큼 낯선 단어는 없다. 서로 죽고 죽이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는 경쟁만이 존재할 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여의도 만큼 여유롭고 평화로운 공간도 드물다는 것이다. 여의도는 축제와 여가의 공간이기도 하다. 벚꽃축제, 불꽃놀이축제를 비롯해 여의도 한강변에서는 연일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고 운동을 하며 즐긴다.

여의도의 냉혹한 이면에 이처럼 평화를 갈구하는 모습이 있고, 평화로운 모습 이면에 냉혹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의도는 특수한 공간이 아니다. 단지 우리사회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인간의 욕망과 계속 증식하려는 속성을 지닌 자본의 교차점, 여의도.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간 만만치 않은 여의도 입성에 괴로워하고, 힘겹게 들어온 또 다른 누구는 여의도 안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삶의 가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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