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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쿨하게 좀 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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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27일 (목) 13:50:13 M cbmedia@hanmail.net

비자금 조성과 탈세, 배임,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지난25일 오전 9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이 회장은 긴장된 모습이라기 보다는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이 회장은 기자들이 준비한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은 피한채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검찰 청사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회장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이관훈 (주)CJ 대표와 이채욱 대한통운 대표, 김철하 제일제당 대표 등 계열사 사장단과 CJ 홍보실 직원 10여명이 이 회장을 마중나온 겁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수장에 대한 예우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출처: 연합뉴스  
 


9시 반이면 한참 보고를 받고 그룹 경영을 위해 회의를 주재해야 될 분들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회장을 마중나가 "회장님 힘내세요"라는 묵언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는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물론 이 분들도 나오고 싶어서 나온것만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그렇다고 이 분들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서 이런 행동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번 기업 회장들을 비롯한 소위 힘있다는 사람들이 범죄혐의를 받고 검찰에 출석할때마다 이같은 장면이 반복적으로 연출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또 CJ 사내게시판에는 "회장님 힘내세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믿습니다"라는 응원의 글들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CJ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부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게시글들이 그룹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 이 회장 사태를 지켜보면서 왜 북녘 땅 높은 자리에 계시는분이 생각날까요. 인민들의 절대적인 신임과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 그 분 말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로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무조건 감싸고 도는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거칠게 말하면 CJ같은 대기업이 이 회장 한명이 없다고 해서 쉽게 무너질까요? 물론 이 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절하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CJ정도되는 규모의 기업은 경영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조직입니다. CJ직원들도 모두 이 점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 회장 검찰출석에 대한 CJ 계열사 사장들의 배웅도, CJ 임직원들의 응원도 곱게 보이지가 않는 겁니다. 목적의 순수성보다는 다른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이 회장이 중앙지검 11층에 마련된 조사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희극적인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 회장을 조사실로 안내하는 3~4명의 검찰 직원 중 한명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겁니다. 복도에 검찰직원 여럿이 서서 의전이나 하는 냥 이동방향을 안내하는것도 좀 지나친 친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걸 단지 사회 유력인사에 대한 예우로 봐야 할까요. 사회 유력인사면 잘못을 저질러도 예의고 체면이고 다 챙길수 있는 걸까요.

만약 이 회장이 아니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경찰,검찰과 같은 사정기관에 불려가면 죄의유무가 결정나기 전 부터 피의자 취급을 해 불쾌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왔습니다. 역시 회장님이라 그런지 일반 피의자들과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물론 그 검찰직원분이 의도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괜히 힘있고 권세있는 사람 앞에만 가면 위축되는 지랄병 있지 않습니까. 그 병이 갑자기 불쑥 도져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 직원분의 행동에는 문제가 있지요. 범죄 피의자를 조사하는 기관의 직원이 피의자에게 고개를 숙인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모양새가 그리 좋지는 않군요.

이제 이런 구태는 좀 끊었으면 합니다. 그룹 회장이 소환되면 비행기 타고 이민이라도 떠나는 냥 줄줄이 나와서 배웅하고, 응원하고. 또 범죄 피의자라도 상대가 힘있는 사람이면 고개가 숙여지면서 괜히 위축되고 몸둘바를 모르겠고 이런거 있지 않습니까.

이런식의 뼛속까지 각인된 삶의 주종관계를 이젠 끊어야 합니다. 너는 너, 나는 나 이런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삶 어떻습니까. 막말로 그런다고 이 회장이 평생 인생을 책임지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검찰 직원분 월급은 이 회장이 주는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이 회장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니까 검찰 직원분이 갑 아니겠습니까.

쿨하게 쿨하게 라고들 하는데 괜히 쓸데없는거에 쿨해지지 말고, 우리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좀 더 쿨해지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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