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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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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03일 (월) 17:40:45 배정남 nonstop513@naver.com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영화만이 갖고 있는 화려함은 없지만 평소에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일상을 꼬집어서 덤덤하게 그려내는 것이 좋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이다. 사람들은 다른 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내기도 한다.

내가 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곳은 내 일터이다.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낯가림이 많은 나에게 처음 보는 분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겁기도 하다. 그 이야기를 잘 듣다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내용이 종종 나온다.
   
  ▲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포스터  
 

당시에는 너무나 일상적인 대화들이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가 A라는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A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듣고 A를 보게 된다면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내가 A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가 그것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나 또한 쉽게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일들을 돌이켜보니 너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보다 많이 하고 있다.

보통 내가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 사람과 같이 있었거나 혹은 그 사람에게 있었던 사건이 바탕이 되어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그 일련의 사건들을 사실대로 나열한다고 해도 결코 온전한 사실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시간은 지났고 내 생각을 거쳐서 입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개인적인 감정 또는 생각을 배제했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A의 이야기를 할 때 A는 A로 보일 수도 있지만, B로 보일 수도 있고 C로 보일 수도 있다.

말은 돌고 도는 법. 어쩌면 너무나 당연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 당연하다는 말로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는 무책임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재밌으니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관심을 받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서로가 아닌 제3자의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가십거리로 말이다.

내가 친했던 친구의 경우도 진심을 털어놓는다고 했던 이야기가 이상하게 살이 붙어서 돌고 돌아 친구에게 상처로 왔던 적이 있었다. 그 후로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못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른 사람에게 전했던 사람은 이 친구의 상처를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비슷한 경험을 겪고 나서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조금 무섭기도 했다.

인생은 결국 혼자 사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시간을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보낼 수 있고 나 또한 누군가의 이야기에 등장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일터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듣게 될 것이다. 이전보다는 책임이 더해진 대화를 나누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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