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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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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24일 (목) 11:18:58 배정남 nonstop513@naver.com

주말에 부산을 찾았다. 부산에는 연고가 없어 갈 일이 많지 않아 그저 관광으로 두 번 정도 갔을 뿐이다. 날씨가 흐린 탓이었을까. 봄에 찾은 부산은 겨울에 왔을 때보다 쌀쌀하게 느껴진다.

도착하자마자 해운대로 향한다. 구름이 잔뜩 껴서 수평선이 또렷이 보이지는 않지만 파도치는 소리를 들으니 바다가 맞다.

바다를 감상하다가 시끌벅쩍하게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궁금한 마음에 다가간다. 많은 사람들이 큰 원을 그리고 둘러싼 가운데에는 한 아저씨가 공연을 하는 듯하다. 아저씨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사람들을 집중시키고는 저글링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공연 중간 중간에 갖고 온 모자에 공연에 대한 비용을 받고 다시 공연을 이어간다. 날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활활 불이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 지지대에 오른 아저씨는 내 심장을 노랫말 그대로 ‘들었다 놓았다’ 했다.
   
  ▲ 사진출처:http://okstay.com/  
 

그렇게 한참 공연을 보다가 옆에 있던 일행이 ‘이 공연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하고 궁금해 한다. 그렇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아저씨는 다치면서 수많은 연습을 했을 것이다. 짧은 시간의 공연을 위해.

아저씨가 이 외에 다른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저글링을 하면서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저씨가 주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큰 무대도 없고 화려한 조명도 없이 오로지 혼자서 말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집에서 부모님이, 사회에서 선배들이 말하는 직업에는 없는 일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을 정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모으라는 이야기만 들어봤지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일을 즐기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아저씨도 분명 현재까지 오는 동안 많은 고생을 했을 수 있지만 일을 하는 아저씨의 모습은 즐거워보였다. 그 즐거움이 전해져 보는 이들까지 즐겁게 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고 누구보다 빛나보였다. 다른 이를 즐겁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 어렵고 값진 일이다. 나부터도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게 어려운데 말이다.

돈이 전부라고 말하는 이 사회에서 다른 이들을 몸소 즐겁게 해주는 일은 대접받지 못하는 편이다. 연예계에서 말하는 특A급의 스타가 아니고서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든 구조인 것처럼. 엄연한 노동이지만 노동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간의 노력은 그저 딴따라로 치부될 뿐이다. 하지만 유명한 대기업에서 사직서를 낸 사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일이라도 사회에서 알아주는 직장이라도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별 볼일 없는 듯하다.

부산하면 해운대나 광안리 정도만 떠올렸던 내게 새로운 추억을 선물해준 아저씨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마친다. -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희망하며 이 나라가 아직 살아있음을 바라는 마음을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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