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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배우는 이의 참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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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21일 (수) 15:31:01 김승효 backsteam@nate.com

매일 아침 집안 풍경은 참으로 일상적이다. 일찍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첫 번째 밥상을 차린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중학생 큰아들을 깨운다. 큰아들을 위해 두 번째 밥상을 차린다. 큰아들이 밥을 먹고 나면 초등학생 작은아들을 깨운다. 작은아들을 위해 세 번째 밥상을 차린다. 큰아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먼저 나가고 작은아들이 뒤이어 나간다. 모두가 나가고 나면 시계는 어김없이 8시를 가리킨다. 그때부터 내 일이 시작된다.이불을 개키고 벗어놓은 옷가지를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집안일을 대충 하고 나서, 여느 날 같으면 혼자서 커피콩을 갈고 물을 끓이고 거름종이를 가지런히 얹어 쌉싸롬한 커피를 한잔 내려서 먹었을텐데 오늘은 커피도 건너뛰고 외출준비를 서둘렀다. 서울에서 선생님이 오시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인문학공부를 시작했다. 책을 읽고 강좌를 들으러 다니며 공부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라디오방송으로 인문고전강의를 처음 듣게 되었고, 생각지도 않게 선생님을 직접 만나게 되었다. 그 후로 청주와 서울에서 하는 선생님강의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매번 서울로 강의를 들으러 가기는 쉽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생님의 예전 녹음강의파일을 듣는 방법을 선택했다. 직접 듣는 것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것을 길잡이 삼아 어렵고 더디지만 계속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그 모습이 기특하셨는지 올해 2월부터 서울강의를 시작하면서 직접 들을 수 없는 우리를 위해 비공개 녹음강의파일을 보내주셨고, 우리는 보내주신 강의파일을 듣고 과제물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물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총 40강좌 중에 1/4이 지나갔다. 그런데 지난 3개월 동안 한주도 빼먹지 않고 강의를 듣고 선생님이 내주는 과제물을 제출하는 버거움 때문인지 최근에 포기하려는 사람이 생겨났고 처음과 다르게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도 생겨났다. 선생님은 이를 감지하셨는지 위로와 격려 차원으로 오신 것이다.

선생님보다 미리 약속장소에 가야해서 마음이 분주했다. 선생님을 모시는 제자의 마음으로 평소 때보다 더 신경 써서 가지런히 머리도 빗고 옷매무새도 단정히 하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 꽃집에 들러 전날 주문해 둔 꽃바구니도 찾았다. 부랴부랴 약속장소로 향했다. 꽃바구니와 두툼한 철학책이 여러 권 들어있는 책가방을 양손에 들어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볍고 즐거웠다.

조금 늦게 도착한 선생님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첫인사를 나눴다. 잠깐의 담소와 함께 자연스레 그동안 했던 철학 고전 강의에 대한 총 정리와 제출한 과제물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선생님은 우리 모두에게 ‘녹음파일만 듣고 이렇게까지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려는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강의를 마무리하고 나서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로 모두가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나는 얘기를 듣고 계시는 선생님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선생님이 공부하는 자의 어려움을 알고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이로서 얼마나 세밀하게 살피고 배려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어 공부하는 선생님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몸소 행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보여준 것이다. 나도 배우는 이로서 참된 모습이 되기를 바라며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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