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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인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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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23일 (월) 16:51:59 김승효 backsteam@nate.com

얼마 전 철학관에 갔었다. 생각지 않게 들러리삼아 갔다가 간 김에 사주를 넣고 점을 보았다. 예전에 점집을 가는 일은 두려운 일중에 하나였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그 말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나를 한없이 조종하는 것을 느끼고 부터는 그쪽으로 눈길을 준 일이 없었다.

“재복이 많구요, 자식도 좋구요, 건강에 문제없이 장수하시구요, 기운이 상승하는 시절이라 쉰 한 살까지 돈 버는 일에 열중하시면 많이 버실거구요, 대신 인복은 없습니다.” 점쟁이 말이다. 한 시간 넘게 이러저러한 말을 듣고 나서 복채를 주고 점집을 나왔다. 그리고 들었던 말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생각해 보았다. 사주팔자로 정해진 본성적인 것이 있다는 것에 완전 부정할 수 없지만 살면서 변하게 만드는 부분 또한 많다는 것으로 나름 결론을 내렸다.

‘타고 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안에 고스란히 평생 새겨진 인장 같은 것이다.’라고 한다 해도 ‘알고 있으니 그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살면 되지 않겠는가? 당연히 나가서 돈을 벌면 재복이 있는 것이고, 자식이 무탈하여 스스로 지금 주어진 삶을 잘 일구고 있다면 자식 복이 있는 것이고, 건강 생각하며 자연스러운 섭생과 즐겁게 몸을 놀릴 수 있는 일을 하며 살다 보면 장수할 것이고, 매순간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에 적극적이면 다른 곳으로 가던 상승기운도 당연히 나에게로 오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럼, 인복이 없다는 것은? 주변에 사람 수가 많고 적음에 기준을 두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지 내가 돌봐주어야 하는 사람이 많은지로 가늠하는 것이 인복이라면 난 없을지도 모르겠다. 집안에서는 삼부자를 돌봐야하고 시댁에서 친정에서 첫 사람의 역할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걸 보면. 그래도 내가 돌봐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또한 기분 나쁜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갑자기 카프카의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가 생각난다. 그레고리 잠자는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어머니의 유약함을 보호하기 위해 동생을 음악학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본인의 삶을 포기하고 힘들게 살다가 어느 날 벌레로 변하고 끝내 벌레인 채로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죽는다. 아마도 그레고리 잠자는 마지막에 숨을 거둘 때 왜 나를 돌보며 살지 않았는지 후회했을 것이다.

요즘 난 자식을 바라볼 때, 남편을 바라볼 때, 다른 가족을 바라볼 때, 제일 먼저 내가 원하는 것인가, 내가 행복한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스스로에게 묻고 행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이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환하고 따뜻한 빛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들어섬에 주저하지 않는다.

점집에 가는 일이 두려웠던 때에 나는 아마도 터널로 들어가는 일에 주저했을 것이고 뚫고 지나가면 환한 빛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나를 버리고 누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최대의 미덕인 줄 알았었다. 지금도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돌보며 방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고 방향을 바꿀 자세가 되어있고 두려움에 대해 마주설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지금이 나에게 그레고리 잠자처럼 늦은 때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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