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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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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01일 (월) 13:12:50 심웅섭 shimws2002@hanmail.net

황토집이 거의 완성되어가자 이번에는 화장실 차례다. 이왕이면 황토집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놈을 내손으로 짓기로 했다. 사실은 생태화장실과 퇴비장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똥을 물과 함께 강으로 되돌려 보내는 건 문명이 아니라 야만이라는 말에 깊게 공감했고 진정한 전원생활은 바로 생태화장실에서 출발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우선 남은 자재들을 모아서 점검하니 뼈대를 세울 나무들은 대충 된다. 서까래는 마침 동네에서 집을 부수고 나온 것을 몇 개 얻었고 벽과 지붕을 덮을 판자는 제재소에서 막판자를 개당 8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사 왔다. 이제부터는 자칭 목수의 실력을 발휘할 차례. 빈 공책에 볼펜으로 대충 설계도를 그리고는 이리저리 뼈대를 세우고 서까래를 건다. 물론 절간 해우소처럼 높은 다락구조다. 밑으로는 배설물을 받아낼 공간도 필요하고 환기가 잘 돼야 냄새도 안 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관건은 똥과 오줌을 분리하는 일. 이 둘이 섞일 경우 제대로 된 발효가 되지 않고 악취를 풍기며 썩게 된단다. 플라스틱 병을 사선으로 자르고 수도관 매설에 쓰이는 검은 호스를 이어 붙이니 이것 또한 쉽게 해결됐다.
   
  ▲ 심웅섭님이 직접 지은 똥간(^^;;)  
 

사실 나에게 집짓기는 놀이다. 무엇인가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그걸 뚝딱뚝딱 만든다는 게 결국은 어렸을 때 나무나 흙으로 무언가 만들고 부수고 하는 놀이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이런 일이란 건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조금 길면 긴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맞추어 쓰면 그만이니 애초에 맞고 틀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항상 무엇이 옳은 답인가 고민하고 살아온 나로서는 이런 일이야말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유희가 아닐 수 없다.

며칠만에 화장실을 완성하고는 내친김에 분뇨를 처리할 퇴비장도 옆에 붙여지었다. 동네 정미소에서 왕겨를 두 포대 얻어다 놓고 EM발효액까지 갖다 놓으니 이젠 흠 잡을 데 없는 멋진 화장실이 완성됐다. 제법 그럴듯한 모습에 아내는 아예 정자로 쓰잔다. 그만큼 맘에 든다는 말이리라. 사실 내가 봐도 멋스럽기는 하다. 약간은 비뚤어진 듯, 자연스럽게 산 밑에 앉은 품새가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만 같다. 네 개의 계단을 올라 정위치에 앉으면 넓은 창으로 푸른 산과 동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쪼그리고 앉아서 볼일을 보니 배변도 자연스럽고 잔변감도 없다. 일이 끝나고 나면 우선 EM을 뿌려주고 왕겨를 두 바가지 끼얹어 준다. 냄새도 없고 벌레도 없다. 몇 년간 사용하고 나서는 모두 썩어서 자연 속으로 돌아갈 재료들이니 부담도 없다.

그런데 아무래도 화장실이라는 말이 맘에 걸린다. 내가 이곳에서 무슨 화장을 한다고 화장실이람. 그럼 절간에서 쓰는 해우소는 어떨까? 근심을 푼다는 뜻이라는데 난 화장실 가는 일이 전혀 근심스럽지 않으니 그것도 아니다. 어렸을 때 쓰던 뒷간은? 건물도 뒤가 아니라 옆에 있을뿐더러 뒤로만 아니라 앞으로도 볼일을 보니 아무래도 안 어울린다. 그래, 그냥 똥간으로 하자. 뭐 똥이 어때서 입에도 못 올린단 말인가?

사실 우리 주변에는 억울하게 천대받는 말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죽음과 똥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나 세상에 태어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것이 죽는 일이요, 먹는 것만큼 싸야하니 똥은 너무나도 당연한 존재다. 크게 봐서는 대지의 에너지를 받아서(먹는 일) 사용하고 남은 것을 자연으로 돌리는(싸는 일) 순환과정이니 그야말로 소중하고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니 괜히 어려운 말로 돌려서 말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아침마다 나의 똥간 나들이는 즐겁다.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자연을 바라보며 내 몸이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일, 그리고 자연에서 받은 것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리는 성스러운 의식을 내가 만든 공간에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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