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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에 중독된 사회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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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12일 (금) 15:52:51 김의열 gsnet66@hanmail.net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온갖 야만스런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또 수구언론이나 일베 등을 통해 넓게 퍼져나가 많은 국민이 유가족의 진실한 요구보다는 상식 이하의 파렴치한 괴담에 젖어들고 있다. 이들 독설 가운데 가장 유가족의 가슴을 찌르는 말은 “자식 팔아 돈 벌려고 한다”는 말일 것이다. 유가족은 ‘보상이나 특혜가 아니라 오로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원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외치고 있지만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난 이 현상의 배후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퍼져 있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늘 사람이나 집단의 말과 행동을 대할 때 겉과 속이 다른 걸로 판단하는 데 익숙해 있고 또 실제로 그런 모습에 중독된 사회다. 보수 기득권 세력을 포함한 많은 국민은 이미 자신의 잣대가 이중성에 깊이 절어져 있기 때문에 유가족이 외치는 ‘특별법 제정’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특별한 혜택’과 ‘철저한 보상’으로 자동번역해서 듣고 있다. 그런 비난을 일삼는 이들은 이미 자신의 사고구조와 삶의 모습이 이중성으로 오염됐다는 걸 고백하는 셈이다. 돼지의 귀에는 돼지의 울음소리만 들리는 법이니까..

2002년 우리 마을 뒷산인 대야산 채석장 연장 허가 반대운동을 할 때다.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을 맡아 “백두대간 파괴하는 채석장 결사반대”를 외치며 지역민과 함께 갖은 방법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어느 날 담당공무원인 군청 산림과의 산지관리계장이 사태해결을 위해 우릴 만나러 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의견이 맞서고 고함이 오가려 할 때 갑자기 계장이 우리에게 “도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 하고 물었다. 난 속으로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린 분명히 채석장 개발을 중단시키려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생각하며 “오로지 채석장 개발 중단을 원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고 강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다음 계장의 말을 듣는 순간 의문이 풀렸다. “아니 그거 말고 진짜로 원하는 게 뭐냐구요?”... ‘아하, 이 사람들은 우리가 겉으로는 채석장 반대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보상금이나 얻어낼 목적으로 싸우는 걸로 알고 있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무슨무슨 개발 반대’를 내걸고 싸우는 대부분의 속셈이 반대 그 자체보다는 보상이나 이익을 얻기 위한 게 대부분이라는 거였다. 심지어 농민운동을 한다는 지역의 형님에게까지 술자리에서 그런 류의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였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그런 싸움이나 민원을 주로 겪었을 군청 공무원 입장에서 우리 역시 그와 같은 싸움의 무리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니었을 듯 싶다. 그러니 우리의 겉셈이나 속셈이 똑같이 채석장 반대라는 걸 알고 난 다음에 겪었을 담당 공무원의 당혹감과 긴장(?)이 오죽했으랴...

이중성의 문화는 지배세력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주로 써먹는 전술(?)이지만 이미 온 사회로 번져나가 이제는 우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때로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전술’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고 있다. 지배세력이 흔히 국민을 위한다느니 멸사봉공이니 하고 떠드는 구호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 다들 그 속에 무슨 꿍꿍이나 사리사욕이 있을 거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 역시 그렇게 살고 있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아라’고 말하지만 마음 속으로 우리 아이가 남을 위해 헌신하고 가장 낮은 자리를 찾아가길 원하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공명정대한 사회를 이야기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공정한 해결보다는 우선 아는 사람을 통해 줄을 대서 해결하는 게 다들 현명하다고 하질 않는가?

이중성의 문화를 전염시키는 데 일등공신은 역시 언론이다.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살리려고 단식에 참여한 문재인 의원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언론은 거의 없다. 모두들 '잠재적 대권후보'인 문의원이 단식에 참여한 ‘정치적 의도’나 ‘이해득실’을 따지는 기사를 내보내기 바빴다. 여기엔 수구언론은 물론이고 진보언론 또한 다르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대연정이나 개헌논의 등을 제안했을 때도 언론은 그 제안 자체의 타당성이나 정책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논의보다는 ‘속셈’ ‘저의’ ‘정치적 승부수’ 등으로 매도하며 마치 그런 정책 제안 이면에 꼼수나 정치적 의도가 있는 듯한 기사를 남발했다. 우리 언론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뼛속 깊이 이중성의 문화에 오염돼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드러내주는 시금석 노릇을 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의 ‘특별법 제정’과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를 바라보는 우리 처지에 따라 과연 우리가 이중성에 중독된 상태인지 아니면 그나마 진실과 순수함의 가치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단언컨대 유가족의 절절한 이야기를 듣고도 ‘자식 팔아 돈 벌려 한다.’고 독설을 퍼붓는 이들은 이미 그들의 마음과 몸 전체에 이중성의 독이 깊이 퍼져있는 상태다. 그들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는 고작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유가족의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우리사회가 이중적 정신분열을 벗어나,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진실이 강물처럼 흐르는’ 공명정대한 사회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판가름 난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지고 나가야 할 십자가를 대신 걸머졌다. 진실한 사회를 향해 만신창이가 된 채 넘어지고 채찍질 당하며 골고타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그들을 욕하고 비웃고 조롱할 것인가? 아니면 눈물만 흘릴 것인가? 아니면 십자가를 함께 지고 걸어갈 것인가? 이제 우리가 그들을 향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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