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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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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5일 (화) 15:23:33 김승효 backsteam@nate.com

지난주 수능이 치뤄졌고 이번 주 신문기사에 수험생이 수능성적비관으로 자살했다는 기사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지금이어서가 아니라 시시때때로 접하게 되는 아이들의 죽음이 부모 된 자로서 쉽게 지나쳐지지 않는다.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야 할 나이에 왜 그리 모진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지, 그 물음을 따라가다 보면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컴컴한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아이들의 선택지가 허용되지 않는 어른들의 그릇된 기준의 세상에 기계처럼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우울해졌다.

두어달 전, 작은아들이 축구를 하기 위한 테스트를 받았다. 어릴 때부터 날쌘돌이처럼 뛰고 달리는 것을 좋아해 축구선수가 꿈이라고 했었다. 다른 일도 그렇거니와 노는 일조차도 전력투구를 하는 아이이니 꿈을 쉽게 접을 것 같지 않았다. 6학년이 되면서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지원을 하겠다느니, 축구하려면 어디에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아보겠다느니 하면서 적극적으로 조르기(?) 시작했다.
   
 

조르는 아들의 말을 무심히 흘려보내며 한 학기를 보냈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에너지가 넘치던 아들은 사춘기 증상과 함께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해가 질 때쯤에서나 집에 오던 아이가 아무 재밌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며 학교가 파하면 곧장 집에 들어오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 끝에 테스트만이라도 받게 하도록 알아봐 주었다. 그때의 내 마음은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내 마음과는 다르게 축구선수로 성장해도 될 만하다는 결과지를 받았다.

아이는 좋아했고 선수로서 축구를 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지만 난 여러 가지 생각으로 여러 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민스럽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선수생활의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중도에 그만두면 어떤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결심은 확고부동했다. 확고한 아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난 매일매일 달라지는 마음으로 심란했다. 그러다가 아들의 “지금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요!”란 결정적인 한마디에 더는 만류할 수 없었고 아들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지금 우리 가족은 믿는 것을 넘어 최강의 지원자가 되어 가고 있다.

결정한 이후로 아들이 변했다. 늦게 시작했으니 만회해야 한다며 개인연습을 위해 새벽같이 등교해서 누가 시키지도 않은 개인훈련을 한다. 학교가 끝나면 축구하는 학교에 가서 다 같이 훈련을 받는다. 훈련이 끝나고 저녁에 집에 오면 많이 힘들고 피곤할텐데도 스스로 촘촘하게 짠 일과표대로 생활하면서 행복해한다. 언제 ‘재밌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고 말했냐는 듯이.

예전에 다른 부모를 만나면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내 자식이 스스로 하고 싶다는 일을 찾았으면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고. 그런데 막상 닥치고 보니 말처럼 되지 않았다. 이번 과정을 겪으면서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내 욕심이 아들의 간절한 마음보다 더 클 수 없음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혹여라도 앞으로 다가올 세상이 불안하고 힘겨울지라도 사랑과 믿음을 받은 아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나아갈 것이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일구며 살 것임에 의심하지 않는다. 의심을 걷어내니 우울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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