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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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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26일 (월) 08:53:32 김승효 backsteam@nate.com

절기상 입춘이 되면 새해를 시작하는 때라고 했다. 그래서 입춘 즈음해서 졸업식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졸업은 누구나에게 끝맺음을 짓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가족에게 올해는 여느 해보다 각별한 출발점을 맞이할 듯 하다. 가족 중에 세 명이 졸업하기 때문이다. 작은아들은 초등학교를, 큰아들은 중학교를, 그리고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다.

나는 결혼을 하고나서 오랜 시간 주부로 살다가 2008년 직장인이 되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결정하기까지 망설이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렵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시작했었다. 수십 명의 소유주와 사업자가 있는 상가건물관리사무소 소장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일을 어렵지 않게 결정하고 시작한 것은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몰랐기 때문이리라. 누군가가 지금 나에게 동일한 일을 제안한다면 결단코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일을 시작할 당시 건물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전직자는 비리혐의로 해고된 상태였고 건물의 소유주와 사업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내분을 겪고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외줄타기 하듯이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서로가 각자의 이익을 두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니 고소고발이 난무하였고 터져 나오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법원으로, 경찰서로, 세무서로, 한전으로, 검찰로, 소방서로 바쁘게 찾아 다녀야 했다.

좋지 않은 일로 찾아가니 가는 곳마다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임을 알면서도 좋은 대접일 리 없었다. 예상했던 일이었고 각오를 하고 대면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무시와 냉소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는 감정적인 일이 과중한 육체적 업무보다 더 힘들었다. 힘듦을 겪으면 겪을수록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었고 스스로 알아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오기가 생긴 것으로만 끝내지 않으려면 전문가가 되어야 했고 전문가가 되려면 공부를 해야 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힘들긴 해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최적이었고 법학과 2학년에 편입학을 하게 되었다. 누가 들으면 입학동기가 생뚱맞을지 모르겠지만, 여튼 나는 공부를 시작했다.

가끔 ‘헛짓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할 때도 있었지만 쉬지 않고 3년 내리 수강을 했고 다행히 낙제 과목 없이 졸업을 앞두게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보니 여러 이유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낸 나 자신에게 대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칭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18년 전 학사모를 쓸 때보다 훨씬 더 기쁘고 감개무량하다. 기쁨이 큰 것은 부모님 그늘아래에서 걱정 없이 대학 다니던 그때와 다르게 확연히 달라진 일상의 삶을 살아내면서 공부하기에 녹슨 머리와 책보기에 늙은 눈과 몸을 달래가면서 또한 시시때때로 좌절하는 마음을 위로하고 게으른 마음을 다그치고 독려하면서 어렵게 해낸 일이라 그럴 것이다.

졸업은 모두에게 각별한 출발의 의미를 부여한다. 작은아들은 오랜 고민 끝에 스스로 진로를 결정했으며, 큰아들은 오랫동안 품어온 희망 가까이 한발 더 나아갔으며, 남편은 새로운 책임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공부를 계속 할 작정이다. 가족모두 다사다난했던 2014년도를 무사히 보내고 2015년도 새해를 맞이한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펼쳐질 수다한 일들 앞에서 항상 당당하고 건강하게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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