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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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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0일 (월) 10:37:50 배정남 nonstop513@naver.com

일을 시작하면서 작년에 처음으로 홀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한 달 동안의 쉼. 일을 그만두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다녀오는 느낌은 좋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했다. 솔직히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는지 어째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냥 결정했다. 인도로 가야지.
“인도를 굳이 왜 가요?” “첫사랑 만나러 가나?” “뭘 깨달을 것 같은 기대로 가는 거라면 가지 마라” ... 등등.
인도를 왜 가냐고 물어보면 난 대답할 게 없다. 별 생각 없이 가는 것인데. 그냥 한 달 여행을 간다는데 구태여 그럴싸한 이유가 필요했던 걸까? 뭐 나름의 이유가 있다면 있다. 고등학생 때 사회선생님이 여선생님이셨는데 혼자 인도를 다녀오셨다가 인도에서 찍은 사진과 엽서를 학생들에게 한 장씩 나눠주셨다. 갠지스강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내용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그 이야기를 하던 선생님의 표정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뭐라 설명을 할 수 없지만 그 장면이 항상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나도 한 번 가봐야지.

대학생이 됐을 때 영화 한편을 봤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탈리아와 인도, 발리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영화를 통해 인도를 잠시 봤다. 그때 또 한 번 인도를 생각했다. 아마 다들 배우 임수정과 공유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 ‘김종욱 찾기’를 떠올리며 그런 환상을 갖고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그 영화를 보고 여자들이 인도로 꽤 갔다고도 한다. 하지만 내 첫사랑은 한국에 있는데? 그 영화를 나도 봤지만 영화를 통해 내게 인도가 남지는 않았다. 단지 낯선 곳에서 운명처럼 만나 사랑을 하게 된 그 내용만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그 경험은 굳이 인도가 아니어도 괜찮다.

또 한 번, 일을 시작하면서 함께 일하시는 분이 인도를 어찌나 사랑하시는 지, 대체 어떻기에 저리 좋아할까. 더 궁금해졌다. 공식적으로 떠나는 여행인 만큼 가서 뭘 깨달아야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들긴 했었지만 그 이유로 선택하지는 않았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해봤을 뿐 그 때 뿐이었다.
“별 이유 없는데, 그냥 가요”.. “아.........” 내게 어떤 말을 듣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간다는 말이 별로긴 별로였나 보다. 더 그럴싸하게 대답을 해주고 싶긴 했지만 해줄 말이 없었다.

그렇게 다녀왔던 인도. 올해 또 한 번 간다.  “인도에 또 가요?” “한 번 갔다 왔는데 다른 데 가지” “인도에 어떤 매력이 있어서 가요?” ... 등등. 또 질문을 받는다. 역시나 별 이유가 없다. 그냥 인도가 좋았을 뿐이다.
그 넓은 나라 한 번 갔다 해도 다 보지도 못했는데 또 가면 안 되나? 애초에 다 볼 거란 생각 자체가 자만일 수 있다. 눈으로 다 둘러보는 것도 불가능 하거니와 짧은 시간동안 본 것을 가지고 어찌 그 나라에 대해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 나라를 더 알고 싶어서 가는 그런 이유는 아니다. 그냥 좋아서 간다.

손으로 뜯어먹는 소박한 짜빠띠도 좋고, 길거리에서 아침에 먹는 짜이도 좋고, 달달하게 한 잔 마시는 라씨도 좋고.. 그리고 그냥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았다. 누구를 좋아하는 데 있어서 큰 이유가 없는 것처럼 그냥 좋다. 별 생각 없이 있다가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장면 장면이 떠오르며 설레기 시작한다. 이 감정들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한 달 동안의 쉼, 낯선 곳에서 나를 보는 경험,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웃는 시간들.. 떠나는 데 있어서 나에게 인도는 충분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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