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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에 내동댕이쳐진 현실 말하는 청년들
[김승효 엄마의 선택]오디션프로그램에 뜬 대웅이와 중식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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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30일 (수) 07:15:29 김승효 backsteam@nate.com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물론 결혼할 때 혼수로 장만한 17년 된 TV-뒤태가 뚱뚱한 27인치-가 거실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TV를 켜지 않는 날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요즘 무슨 드라마가 재밌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지 알지 못할 때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세상일에 눈감고 사는 편은 아니다. 여전히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종이신문을 보고 있고 온라인매체(컴퓨터, 스마트폰 등)를 통해 소식을 접하며 산다. 초단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기사들을 보다보면 목에 뭔가가 딱 걸려 잠시 쉼호흡을 할 때처럼 시선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올해 빈번하게 등장한 신조어로 ‘헬조선’이 있단다. 내가 ‘헬조선’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헬프(Help)조선의 약자인가?’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끔찍하게도 헬조센(헬조선)은 Hell+조센(朝鮮의 일본식 음독)의 합성어로, 마치 지옥과도 같은 한국이라는 뜻이란다. 한국 사회가 너무 살기 어렵고 삶을 유지하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국사회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헬조선이라는 표현에 공감하면서 인터넷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까지 쓰여지기 시작했단다. 이럴수가! 도와달라는 구원의 요청이면 차라리 좋았으련만 지옥이라니...이제는 한낱 희망도 품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인가.
   
  ▲ <쇼미더머니 4>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래퍼 블랙넛(왼쪽), <슈퍼스타K 7>에서 주목받는 중식이 밴드. Mnet 제공, 중식이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출처:한겨레21  
 

헬조선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록으로, 랩으로 표현해낸다. 오디션프로그램에 그들의 이야기가 흐른다. 대웅이는 왜소한 체격 탓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중학교 다닐 때부터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주점에서 서빙을 했다. 대웅이는 골방에 틀어박혀 랩에만 몰두하면서 또 다른 이름 ‘기형아’로 자신이 녹음한 랩을 온라인에 올리며 성장했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성장한 대웅이고, ‘기형아’인 그가 <쇼미더머니 4>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래퍼 블랙넛이다.

중식이는 자전거로 참치를 배달하는 32살 고졸의 청년이다. 중식이는 <슈퍼스타K 7>에 출현한 ‘중식이밴드’의 보컬이다. 중식이가 참치를 배달해서 한 달에 버는 돈은 60만원이다. 오로지 노래를 부르기 위한 최소한의 생계유지용 벌이인 듯 했다. 중식이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고 돈을 벌면 노래만 하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 그들의 노래는 지금 청년이 어떤 모습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고생하고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당사자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청년의 빈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아이를 낳고 싶다니>,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하는 <여기 사람이 있어요>, 일하기 싫지만 일터로 가야만 하는 이들의 저주를 담은 <죽어버려라> 등은 섬뜩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블랙넛의 일베적 논란과 오판 속에 숨겨진 돈줄 빽줄 없는 심정적 피해자로서 박탈감이 그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중식이가 오포자의 삶에서 벗어나는 길이 그에게만 짐 지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88만원 세대 이후로 N포세대 그리고 사실상 자유가 박탈당하여 노예로 가득한 사회로 묘사되는 ‘헬조선’의 한국에 내동댕이쳐진 청년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어보길 바란다.

 

블랙넛 그리고 중식이밴드, ‘헬조선’의 청년들이 떴다!

지금 여기의 청년이 어떤 모습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고생하고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우리는 알지만 모른다. 무정형의 청년들과 제한된 만남을 통해 겨우 만나고 얘기를 듣고 분석을 할 뿐이다. 정작 ‘청년 문제’를 말하지만 ‘청년 현실’은 저마다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용되기 십상이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처럼 애타게 청년의 현실을 알고 싶지만,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흔해진 지 오래돼서 피로감을 느낀 지도 오래됐다. 그렇게 시효를 다한 것처럼 보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전히 유용한 구석도 있다. 오디션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군상을 통해 청년의 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비록 포장되거나 심지어 일부 조작된 이미지라 할지라도, 무작위의 청년들이 도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오늘날 평균적인 청년들’의 일면을 드러내는 구실을 한다.

(기사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075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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