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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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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06일 (목) 14:00:02 심웅섭 shimws2002@hanmail.net

한여름처럼 뜨거운 6월의 일요일 오후, 친구와 둘이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이제 막 자전거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동창 녀석이 몇 번의 피반령 라이딩에 자신감이 붙자 함께 타자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오랫동안 세워만 놓은 터라 자전거에게 미안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가볍게 물과 간식거리를 챙겨 메고 자전거에 오른다.

도심이랄 것도 없는 작은 읍내를 금세 벗어나 논두렁과 과수원을 지나는 농로로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조금씩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서서히 숨이 가빠지고 다리 근육에 무게가 실린다. 이럴 때는 마음을 내려놓아야한다. 우선 다리에 힘을 빼고 호흡을 내 뱉으며 기어를 바꾼다. 괜히 마음이 앞서서 무리를 했다가는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호흡을 고르며 얼마간을 오르다 보니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그런데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의 경계를 넘는 지점은 알 수 없는 시간의 문, 혹은 차원의 문을 넘어서는 듯한 묘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이 길은 수 십 년 전만해도 회인면과 문의면을 잇는 중요한 도로였다고 한다. 이 길을 지게를 지고 우마차를 끌고 장을 보러 넘어 다녔던 일화들이 아직도 지역주민들의 입에서 전해지고 있다. 환상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묘한 느낌은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이 넘다들며 흘려놓은 이야기와 땀방울이 흙과 돌과 고목나무에 스며들어서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좁은 비포장 길을 오르는 것은 포장도로와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가끔씩 다니는 화물차 덕분에 길 가운데만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으니 왼쪽과 오른쪽 길 중 어느 쪽인가를 선택해야한다. 결국 좁은 길을 중심을 잃지 않고 조심조심 타야한다. 불쑥 튀어나오는 돌멩이와 각종 장애물도 기술적으로 피하거나 넘어야한다. 약간의 긴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즐거움도 있다. 맨다리를 은근슬쩍 만져주는 풀잎의 감촉, 새소리와 풀벌레소리, 가끔씩 코를 간질이는 꽃향기, 거기에 언제부턴가 나와는 상관없는 듯 들려오는 나의 거친 숨소리와 등에 흘러내리는 땀의 감촉이며 온 몸의 팽팽한 긴장감까지,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쾌감이다.

헉헉거리며 정상에 다다르니 신천지가 펼쳐져있다. 원래 있던 임도를 두고 좌우로 새로운 임도가 건설된 것이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주 잘 닦인 평평한 길이다. 산허리를 따라 굽이굽이 만들어진 길은 마치 하늘로 이어지는 듯하다. 더구나 이 아름다운 길에 차도 사람도 인가도 없고 오로지 나와 친구만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호사가 아닐 수 없다. 행복감이 전율처럼 온 몸으로 느껴진다. 아, 좋다. 그리고 감사하다. 이 길, 자연, 자전거, 친구,시간, 모든 것들이 말이다.

돌아오는 길은 더 황홀했다. 임도를 달리다보니 길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친구와 나는 자전거를 끌고 메고 바위와 수풀을 헤치고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을 맛보며 낯선 마을을 만나는 최고의 호사까지 누렸다. 거기에 달콤한 간식거리로 잘 익은 오디까지 준비되어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세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즐거움과 황홀함이 바로 내 집 뒷산에, 그것도 항상 준비되어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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