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서

하늘소리
2011-10-01
조회수 6481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서

처음 공무원이 되어서 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공문서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무원이 작성하는 문서는 문서규칙(정확한 법령 명칭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에 따라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글이라는 게 제 생각대로 제 느낌을 제 방식대로 적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저는 참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참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작성하는 문서는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부득이 한자를 쓰게 되는 경우도 한글 다음에 괄호를 해서 나란히 적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외국어를 적어야 할 경우에도 괄호로 옆에 적어야 합니다. 글씨 크기도 정해 놓았습니다. 간격도 정해져 있습니다. 여백도 정해 놓았습니다. 오히려 이 규정에 따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편하게 문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그랬는지 한글이 아닌 문자가 버젓이 행정기관에 등장했습니다. 때로는 어느 지역을 상징하는 도안물에도 영문자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배려해서 그랬을까요? 이제 한 지방이 국제적 명소로 발전해서 그럴까요? 그 지역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몇 개 국어쯤은 무난히 구사할 수 있어서일까요?

문자를 사용하거나 언어를 사용할 때도 민주적인 소양이 필요합니다. 우리 지역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발전하는데도 관광지에 살고 있는 사람과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땅에서는 한글로 모든 문서나 글을 적어야 합니다. 꼭 필요할 때만 한자나 외국어를 한글 옆에 나란히 적어주면 됩니다. 그게 우리 국민과 찾아오는 외국 손님 모두를 배려하는 것입니다. 제가 일본을 여행할 때 간판이나 이정표가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면 화가 났을 것입니다. 일본을 보러 간 것이고 일본다운 것을 살피러 간 것인데 영어로 잔뜩 적어 놓은 것을 보면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외국 관광객을 배려한다면 한옆이나 작게 별도로 적어주면 친절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상징물(심볼, 로고)에 그 지역의 언어가 아닌 영어로 되어 있다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엄청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여주지 못하고 미국을 흉내 낸 것이나 미국의 오십 몇 번째 주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저도 짜증나는데 외국 손님들이야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오랜 기간 일본이나 미국식민주의자들이 교육과 행정의 많은 부분을 장악해서 우리말과 글과 문화를 지배한 탓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실망하지 말고 애써야 합니다.

저도 가끔 글을 쓰느라고 우리말과 글에 대한 책을 보고 있습니다. 그중에 아직 제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소개하면 도움이 될까 싶어 적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문장 쓰기’가 첫 번 째입니다. 그리고 이응백선생님의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서’인데 요즘 다시 펼쳐 들었습니다. 김준영 선생님의 ‘입에 익은 우리 익은말’은 아예 옆에 놓고 인터넷이나 사람들과 모여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늘 한 편씩 소개하는 책입니다. 요즘 올레길의 영향으로 길걷기가 유행인데 집과 가까운 길과 관련된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서’에 나오는 우리말 몇 개 소개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집터서리 집의 바깥 언저리
도린곁 사람이 별로 개개지 않은 외진 곳
실터 집 사이에 남은 길고 좁은 빈터
우금 시냇물이 곤두박질 쳐 흐르는 가파르고 좁은 산골짜기
오미 평지보다 낮아 조금 우묵해서 수초가 나고 물이 늘 괴는 곳
난달 길이 여러 곳으로 통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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