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꽃다리의 슬픈이름 미스킴라일락

하늘소리
2011-05-02
조회수 6886
수수꽃다리의 슬픈이름 미스킴라일락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없는 웃음이
라일락꽃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비가좋아 빗속을 거닐었고 눈이 좋아 눈길을 걸었소
사람없는 찻집에 마주앉아 밤늦도록 낙서도 했었소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부끄러움도 또 자랑거리들도 우리에겐 하나도 없다오
우리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말간 마음뿐이라오

참 남자의 목소리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미성이란 이런 걸 두고 이야기 하는구나. 오월 첫날 갑자기 이 노래를 들으며 노랫말에 등장하는 라일락 생각이 났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라일락 (lilac, 뜻: 친구의 사랑, 우애), 분류 : 식물 > 나무와 열매 > 쌍떡잎식물강 > 꿀풀목 > 물푸레나무과 > 수수꽃다리속”으로 나온다.

수수꽃다리속에는 약 30종(種)이 있는데, 그중 몇몇 종은 뜰에 심는 관목 또는 작은 교목들로서 봄에 향기가 짙은 꽃이라는 설명이 덧붙여 있다. 라일락은 옛날에는 고광나무속 식물들을 지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전과에 속하는 식물들을 여름라일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 ‘첫사랑의 감격’, ‘친구의 사랑’ 등이다. 여러 종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어느 종이 어떤 꽃말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내기 힘들다. 수수꽃다리속에 속한 모두를 섞어 이야기 해보자. 영어로는 ‘라일락’, 프랑스어로는 ‘리라’라고 하는데 노래가사에 나오는 '리라꽃'이 바로 이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일제 때 건너왔으며 처음 자정향(紫丁香)이라 불리다 근래 라일락으로 많이 통한다.

꽃 색깔은 옅은 자색이지만 원예품종은 백·청·홍색 및 짙은 자주색 등 여러 가지가 있고 향기가 진하다. 꽃에서는 기름을 얻고, 줄기는 잘라 그 속의 심을 뽑아낸 뒤 담뱃대를 만드는데, 이 때문에 파이프 트리(pipe tree)라고도 불린다. 꽃은 이질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꽃차를 만들기도 한다. 달콤한 향기에 취하지만 뒷맛이 쓰다. 쓰기 때문에 오래 우리지 말고 바로 마셔야 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일락 꽃술을 만들기도 한다. 진정효과가 크단다. 가끔 심술 맞은 애인을 만나면 잎이나 꽃을 씹게 한다. 얼마 있으면 쓴맛에 어쩔 줄 모른다.

라일락은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 모든 작가들에게 사랑받았다.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청년 귀족 네푸류토푸가 하녀 카추샤를 객정으로 사랑하며 그를 유혹하려고 라일락을 들고 간다. 미국 시인 휘트먼은 롱차일랜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가난한 노동자의 삶을 노래하는데 그의 시에도 이 꽃이 등장한다.

라일락꽃은 잎이 하트모양을 하고 있다. 꽃은 보통 끝이 4개로 갈려져 있는데 간혹 5개로 갈라져 있기도 하다. 운 좋게 5개로 갈라져 있는 꽃을 발견한다면 얼른 따서 삼켜버리시라.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떠나지 않을테니까.....

이처럼 아름다운 라일락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짙은 꽃향기를 맡으면 슬픔이 크게 밀려온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던 수수꽃다리는 그 꽃에 반한 미국 선교사에 의해 미국으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원예용으로 개량된다. 일제 말부터 원예용으로 우리 땅으로 되돌아 왔다. 양코배기의 모습으로, 짙은 화장으로, 짧은 미니스커드 차림으로 돌아온 우리의 수수꽃다리는 이름도 미스킴이 되었다.

제 것을 천시하고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이 땅의 속빈 인사들을 보면서 수수꽃다리의 슬픔이 밀려온다. 지난 이 맘 때 수수꽃다리 향기가 진하게 밀려올 때 우리는 명박아웃을 외치고 있었다. 쥐상이 부시를 닮았다고는 하나, 그가 부시 흉내를 낸다고 부시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땅에서는 이 땅에 어울리는 것들이 있고, 제 모습 그대로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각기 다양성을 가지고 살아야 건강한 것이다. 모두가 양코배기라면, 그래서 그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침입한다면 전체가 몰살될 위험에 처한다. 그러면 우리도 모두 살처분할텐가? 우리시대의 석학 최재천교수의 외침을 들어는 보셨는가? 인터넷에 시사랑이라는 이의 미스김라일락은 슬프다. 그래도 힘이 되는 슬픔이다. 나는 그이의 이 시를 사랑한다.



미스김 라일락

- 시 사 랑 -


마당 앞에 라일락 나무 한 그루 하늘 빛 지우며 환하게 피어있다.
수수꽃다리꽃,
제 안의 그리움들을 보라 빛으로, 흰 빛으로 풀어 놓고 있다.
봄이 지나가는 중이다.

순이란 이름 잊은 채
지니라는 이름으로
영이라는 이름 버린 채
샌디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햄버거나 스테이크로
속을 채우다 보면
때로 그리울게다
시큼한 김치, 구수한 된장이.
체한 것처럼 명치끝 아리고
가슴에 돌이 든 것처럼 묵직해져 올게다.

수수꽃다리란 이름 남겨놓고
산넘고 물건너 이국만리에서
수십 년 할머니가 되는 세월을 보내고도
미스김이구나, 미스김 라일락이구나

그 땅에 사는 순이도 영이도
네 이름 미스김에서
떠나온 고향을 만날 수 있으니
햄버거, 스테이크에 체한 가슴도
그리움과 향수에 지친 마음도
네 순박한 이름 미스김에서
네 연한 보랏빛, 흰 웃음에서
수수꽃다리 순박한 고향을 만나
어린 꿈들도 가끔은 만날 수 있으니
먼 땅에서도 너는 여전히
조선의 순박한 꽃, 수수꽃다리꽃이란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