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는 기도(Prayer Without Frills)

하늘소리
2010-12-04
조회수 7390
꾸밈없는 기도(Prayer without Frills)

가끔 다른 이의 기도를 듣거나 읽을 때 충격을 받는다. 밤새 기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 새벽에 일어나 앉았다. 차라리 책을 읽자. 이현주목사님이 편집한 ‘세기의 기도’를 꺼내들었다.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존 베일리의 개인기도일기는 내가 절실하게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해 기도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스페인의 사제 후안 아리아스의 기도문집 ‘꾸밈없는 기도’는 충격이다. 교회와 사회에서 한 자락 자리도 얻지 못하는 이들의 심경을 분노와 정직으로 하나님께 따지고 있다. 내 기도가 미사여구와 나약함으로 흐르고 있을 때 이들은 내 시야와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기도 몇 구절을 다시 읽어본다.
***
주님, 오늘 여기 멸시당하는 천더기들이 당신께로 옵니다. 문둥이는 사람들한테 동정심을 유발하고, 정신지체아는 사람들의 연민과 보호본능을 자극하지요. 그러나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마련한 자리는 없습니다.

주님, 나는 마약중독자입니다. 여러 현실적 이유로 인류에게 제명당했습니다. 자제력을 회복하여 나 자신으로 돌아갈 희망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세상에는 몸이 아니라 양심이 마약에 중독된 자들도 있더군요. 더욱 기막힌 것은 사람들이 그들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입니다.

주님, 나는 동성애자입니다. 나는 여자가 싫어요. 지금도 남자와 있습니다. 내 동생은 분명히 여자를 좋아해서 남의 아내를 취하기도 합니다. 내가 내 동생보다 더한 죄를 범한 건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집에서나 집 밖에서 아무도 동생에게 등을 돌리지 않습니다. 아무도 그를 경멸하지 않아요. 오히려 칭찬할 때도 있더군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남자도, 여자도, 나를 피해 뒤로 물러납니다. 나처럼 사회에서 추방당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들만이 받아들여줄 뿐이지요.

주님 나는 가난한 술꾼입니다. 식구들은 나 같은 물건이 한집에 있는 것이 창피한지 내가 집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아요. 그래서 병든 개처럼 이 골목 저 골목 쏘다닙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얼른 길 저편으로 건너가지요. 거지도 가끔 누군가 다가와, 비록 황급한 몸짓이긴 해도, 손에 동전을 던져주는 대접을 받는데, 나를 감옥으로 데려가는 경찰관 말고는 아무도 내게 가까이 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주님, 술에 취하는 사람들은 저 말고 또 있어요. 다만 그들은 저택에서 호화판 잔치를 열고 비싼 술을 마시지요. 왜냐하면 저마다 힘깨나 쓰는 인사들이니까요. 사람들은 그들이 술에 취해 괴상한 짓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깁니다. 그들에게는 면책특권이 있고 설혹 무슨 잘못을 해도 측근들이 나서서 모두 해결해 주지요. 어떤 경찰관도 그들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습니다.

모르겠어요. 똑같이 술에 취했는데 그들이 비싼 위스키, 보드카, 진을 마시는 동안 나는 싸구려 와인을 들이켰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보다 내가 더 역겨운 것입니까?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