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와 인터넷

하늘소리
2010-10-08
조회수 7657
말글살이와 인터넷

한겨레신문에서 말글살이 난에 실리는 글을 관심을 기울여 읽는다. 우재욱 시인은 “돈이 남으십니다.” “구두매장은 4층에 있으십니다.”하는 친절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백화점 점원의 웃기는 말투를 지적하고 있다. 꼭 개콘의 한 꼭지를 보는 것 같다.

우리 교회가 속한 교단총회에서 ‘교회사용 권장용어’를 발표한 적이 있다. 언어란 살아 있는 것이어서 대중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면 그것이 표준이 되어버리는 것이지만 제대로 된 의미를 살려 쓴다면 더욱 말글살이가 품격이 있지 않을까? 하나님이 여러분을 축복하십니다. 라는 표현은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복을 내려주십니다. 로 바꿔 사용하여야 한다. 하나님이 복을 비는 것이 아니므로, 강복처럼 ‘복을 내려주십니다’로 사용하는 것이 바른 사용이다. 축복이란 단어의 祝은 빈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자신이 복을 주시는 분인데 누구에게 복을 빌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생활에 많은 편리가 주어졌지만 말과 글은 많은 수난을 겪고 있다. 맞춤법은 아예 무너졌다. 긴 단어나 문장은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은 아무리 홍보하고 바로 잡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불편한 것을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 인터넷 생활의 특징이다. 차라리 이런 변화를 잘 활용해서 제대로 된 말글살이를 만들어 보는 노력이 좋다. 선생님을 샘이라고 줄여 부르고 쓰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반갑습니다’를 ‘방가방가’라고 쓰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안다.

법원에서 오랫동안 조서작성을 하며 밥벌이를 했다. 말년엔 속기가 도입되어 조서작성을 돕게 되었다. 치열한 법정다툼의 가운데서 양 당사자의 진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록할까? 사람마다 다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일시를 기록하는 방법을 보자. ‘2010년 10월 8일 오후 4시’를 기록하려면 ‘10/8 P4’ 라고 적는다. 그해는 해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 P는 오후를 나타내고 옆의 숫자는 시간이다. 원고는 P, 피고는 D로 쓴다. 영문의 머리글자를 사용한다. ‘하였습니다’는 그냥 ‘함’이라 적으면 된다. 속기사의 기계를 보니 ‘하였습니다.’는 ‘하’를 친 다음에 무엇인가 두 손으로 동시에 치면 나머지가 다 입력된다. 인터넷 상에서는 어떻게들 쓰나 보니 ‘함다’라고 쓴 경우가 많다.

요즘 한글날 기념식도 별로 없다. 행사는 더욱 없다. 기념식이나 행사는 실생활과 동떨어지기 때문에 외면당하는 것이다. 차라리 인터넷 상에서 아름답고 편리한 용어나 표기법을 공모하는 대회를 여는 게 좋겠다. 한글학회나 국어 관련 부서와 단체들은 매양 뒤처리나 할 것이 아니다. 먼저 나서서 편리한 언어생활을 선도하는 게 좋겠다. 자판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ㅆ'과 같은 글자를 쉽게 입력하는 방법을 고안하거나 쌍받침 글자나 ‘ㄴㅎ' 같이 두 글자로 된 받침글자를 없애는 것을 연구해 보면 좋겠다.

젊은이들 국어실력 탓하지 말고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연구하는 게 먼저다. 고등학교 시절 엄청난 국어실력을 자랑하던 나도 요즘 어법이나 고등학생 국어 시험문제 앞에 식은땀을 흘린다. 이건 시험 문제로 밥벌이 하는 이들의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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