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

하늘소리
2010-04-13
조회수 10139
樂而不流 哀而不悲

음악은 즐거워도 지나치게 흥청거리거나 음탕하지 않고, 슬퍼도 비통하고 몸과 마음이 상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삼국사기〉에 보면 신라의 악사 우륵이 가야금 12곡을 만들고, 이를 계고·만덕·법지 세 제자에게 전수했다. 11곡을 전수받은 제자들은 이 음악이 번차음(繁且淫)하다 하여 향토적 색채를 덜어내 12곡을 5곡으로 줄여 아정(雅正)한 음악으로 개작했다. 우륵은 처음에 이 소식을 듣고 화를 냈으나 그 곡을 다 듣고 눈물을 흘리며 감탄하여 '즐거우면서도 지나치지 않으며 애처로우면서도 슬프지 아니하니 雅正한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 5곡은 신라의 대악(궁정악)이 되었다.(삼국사기 권32 악지) 이후 음악이라는 것은 방종하거나 절망에 빠져서는 안 되고, 아름답고 깊고 건전하며 표현이 아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한국의 궁중음악과 정악에 대한 미적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요즘 서울대에서 한국전통음악의 이해란 책을 펴내시고 청주대학교에서 말년에 후학을 가르치셨던 장사훈 박사의 책 한국전통음악의 이해를 어렵게 구해서 읽고 있는 중이다. 위 이야기는 장사훈박사님의 책에서 간추린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많다. 그간 내가 어렵사리 구해 읽고 연구한 내용들이 이미 오래 전 이 책에서 장박사님이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국악찬송운동을 오랫동안 해 오셨던 분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의문을 제기했던 부분이 이미 이 책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국악 관련 학자들이 논란을 벌였던 부분 또한 이미 이 책에서 다루고 있었다.

애국가가 우리말의 특성을 파괴하고 있어 새로 작곡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며, 서양 찬송곡조에 우리 가사를 붙이며 우리말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것은 못갖춘마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서양언어의 특성과 우리말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 등이 그것이다. 요즘 새로 작곡하는 곡들도 못갖춘마디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정말 화가 치민다.

요즘 시민사회를 위한 국악강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충북민언련 회원들에게 단소를 강습하면서 음악과 우리말의 관계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서양음악의 무분별한 수입과 따라하기가 얼마나 무섭게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파괴하고 있는지, 다시 우리의 정신을 살려가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음악기능만 아니라 이런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다.

낙이불류하고 애이불비하는 우리 선비들의 음악정신도 나누고 싶다. 강습에 참여하는 이들과 의견을 나눈 끝에 이 강습 이름과 풍류모임 이름을 낙이불류라고 정하였다. 아정한 선비의 기풍과 풍류를 이어나가는 모임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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