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도는 선물

하늘소리
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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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선물

큰 명절을 앞두고는 사람들마다 선물 때문에 고심을 해 본 기억들이 많다. 경제형편이 좋으면 좋은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고민이다. 무엇을 해야 품위도 있고, 실속도 있고, 받는 분들이 좋아할까? 형편이 어려우면 적은 비용으로 실속 있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

동생이 농촌 지역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다.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의 우수한 농산물을 팔아주기도 하고 널리 알리기도 할 겸 철마다 도회지에 사는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지역특산물을 선물한다. 며칠 있으면 고로쇠 수액이 난다. 조금 더 지나면 두릅나물이 난다. 여름이면 감자를 거쳐 찰옥수수가 온다. 이어서 포도와 사과, 곶감까지 받으면 한해가 간다. 동생 덕분에 잊고 살았던 절기를 기억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철마다 받는 지역농산품이 받은 선물 중에서 가장 값진 것으로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선물 중에 양주가 있다. 군에 있는 형에게 양주를 한 병 선물 받았다. 포도주나 약한 약초술을 즐기는 입장이라 양주를 큰 아이에게 악기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에게 드렸다. 얼마 후 자주 만나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양주를 한 병 선물 받았는데 어디서 본듯한 외관이다. 큰 아이의 선생님은 귀한 것이라고 평소 친한 사이인 선생님께 드렸고, 그 선생님은 내가 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알고 그 양주를 선물한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 내게로 왔다. 이 양주 한 병은 돌고 돌아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사연을 담아 온 것이다.

참으로 지독하게 경제상황이 어렵다. 게다가 아이가 사립대에 진학하는 바람에 넣고 있던 적금을 해약하고 친척들이 보태 준 것을 합해 등록금을 냈다. 나도 아직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위해 한 학기를 더 공부해야 하니 친척들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꼭 찾아가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주머니가 비어서 움직일 엄두도 못 내게 되었다. 맥이 풀려 집에 누워만 있다 보니 도무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냉동실을 뒤져보니 일전에 받은 곶감이 있다.

보자기로 잘 싸서 들고 나섰다.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내게 무언가를 들려주신다. 다시 그것을 들고 다른 곳으로 인사를 갔다. 전통차를 만드는 친구에게 인사를 갔더니 친구는 그 회사 제품 다섯 개를 주면서 필요한 곳에 선물하라고 차에 실어 준다. 주머니가 비면 남자들은 의기소침해 진다. 그렇지만 힘을 내보자. 아직 사회는 따뜻하다.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주눅 들지 말고 형편에 맞게 하면서 살자. 빈손이면 어떤가. 우리 친척과 이웃은 무거운 선물보다 밝은 얼굴, 희망을 담은 씩씩한 인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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