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에서 올리는 우리가락 축제
-하늘소리 복된소리
지난 해 말 한 공연에서 낙도선교회 일꾼들로부터 겨울방학 동안 낙도선교여행을 권유받았다. 목적지가 청산도 일원이어서 국악찬양단인 우리는 서편제의 고향이기도 하고 슬로시티로 지정된 아름다운 섬이라 더욱 마음이 끌렸다.
날짜를 잡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학생인 단원들이 모두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해야 한단다. 하는 수 없이 국악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을 합류시켜 단을 꾸렸다. 11명이 12인승 승합차를 타고 완도로 향했다. 짐이 많아 사람이 포개 앉거나 짐을 품에 안고 타야했다.
첫날은 모동섬(완도군 청산면 모동리)에서 공연을 하고, 둘째 날은 소모도로 건너가서 공연을 한다. 셋째 날은 청산도 교회 연합집회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넷째 날 오전은 서편제 촬영지를 관광하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상당한 예산이 들지만 교회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충족한 여행이 되었다. 어려운 가운데도 후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첫날 마을회관에 30여분이 모이셨다. 귤과 사탕 등 먹을거리를 차려놓고 한옆에선 낙도선교회 일꾼들이 붕어빵을 구웠다. 우리가락 찬송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우리 가락 찬송은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 이어 피리산조와 대금독주, 국악가요, 그리고 설장구로 흥을 한껏 돋우었다. 마지막으로 소리꾼이 나와 심청가와 사랑가를 부르고 흥이 오른 어르신들이 직접 장구를 치며 노래하기도 했다. 숙소까지 어르신들이 찾아오셔서 금일봉을 주고 가셨다. 성공적인 공연인 셈이다.
섬마을은 물이 귀하다. 11명이 씻다보니 물이 금세 바닥이 났다. 공동우물에 가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다 밥을 하고 간신히 세수만 했다. 젊은 학생들은 물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쳤다. 섬마을에선 처음 보는 눈보라와 한파라고 하신다. 소모도로 가는 배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눈보라는 심하다. 좁은 고샅길을 거쳐 교회에 도착하니 우리 집 안방만한 크기다. 열심히 사물을 두드리며 주민들을 모았다. 스무 분 정도 되는 주민 가운데 여섯 분이 오셨다. 다른 분들은 출타 중이거나 몸이 불편하셔서 기동을 못하신단다.
여섯 분을 모시고 공연을 시작했다. 심봉사 눈뜨는 대목에선 할머니들이 우셨다. 한국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이번 공연을 통해 큰 무대공연과 다른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관객들과 호흡하며 공연하는 것은 어떤 무대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거동을 못하고 방에만 계시는 분들을 찾아 나섰다. 여섯 분을 모시고 진행한 공연이나 홀로 계신 분들을 찾아 위로하고 연주하는 이번 소모도 공연이 가장 감동이 컸던 공연이라고 입을 모은다.
첫날 저녁은 낙도선교회에서 회를 냈다. 둘째 셋째 날은 운영위원께서 후원하신 돼지고기로 푸짐하게 차렸다. 커다란 덩어리고기라 직접 칼을 잡아서 뼈를 추리고 썰었다. 청년들이 낮에 어르신들에게 붕어빵을 대접해 드리고 답례로 싱싱한 갓과 봄동배추를 얻어왔다. 삼겹살과 환상의 궁합이다.
눈보라는 더 거세지고 물결은 높았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되고 배는 끊겼다.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젊은 친구들이 공연을 벌였다. 청산도에서 못하는 공연을 대신 마을 어르신들과 판을 벌인 것이다. 그 사이 선교회일꾼들과 몇몇은 거동을 못하는 분들을 찾아 나섰다. 붕어빵을 열심히 구웠다. 눈 속에 갇힌 섬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것도 좋다. 마을에서 제일 연세가 높으신 할머니는 거동은 못하시지만 말씀도 잘 하시고 표정도 환하시다. 가족들이 직접 만든 비파차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 손을 꼭 잡고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함께 간 예쁜 아이가 노래를 불렀다. 한 분을 위한 음악회는 더욱 값지다.
섬에서 마지막 밤은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올해 공연구상도 마무리했다. 다행스럽게도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었다.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완도로 나왔다. 선교회원들과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부르며 작별했다. 고달픈 여정이지만 병이 나지 않고 수술한 허리가 조금 아프기만 하다. 눈 내린 섬이 눈에 아른거린다. 할머니들의 흥겨운 손놀림도 보인다.
-하늘소리 복된소리
지난 해 말 한 공연에서 낙도선교회 일꾼들로부터 겨울방학 동안 낙도선교여행을 권유받았다. 목적지가 청산도 일원이어서 국악찬양단인 우리는 서편제의 고향이기도 하고 슬로시티로 지정된 아름다운 섬이라 더욱 마음이 끌렸다.
날짜를 잡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학생인 단원들이 모두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해야 한단다. 하는 수 없이 국악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을 합류시켜 단을 꾸렸다. 11명이 12인승 승합차를 타고 완도로 향했다. 짐이 많아 사람이 포개 앉거나 짐을 품에 안고 타야했다.
첫날은 모동섬(완도군 청산면 모동리)에서 공연을 하고, 둘째 날은 소모도로 건너가서 공연을 한다. 셋째 날은 청산도 교회 연합집회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넷째 날 오전은 서편제 촬영지를 관광하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상당한 예산이 들지만 교회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충족한 여행이 되었다. 어려운 가운데도 후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첫날 마을회관에 30여분이 모이셨다. 귤과 사탕 등 먹을거리를 차려놓고 한옆에선 낙도선교회 일꾼들이 붕어빵을 구웠다. 우리가락 찬송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우리 가락 찬송은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 이어 피리산조와 대금독주, 국악가요, 그리고 설장구로 흥을 한껏 돋우었다. 마지막으로 소리꾼이 나와 심청가와 사랑가를 부르고 흥이 오른 어르신들이 직접 장구를 치며 노래하기도 했다. 숙소까지 어르신들이 찾아오셔서 금일봉을 주고 가셨다. 성공적인 공연인 셈이다.
섬마을은 물이 귀하다. 11명이 씻다보니 물이 금세 바닥이 났다. 공동우물에 가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다 밥을 하고 간신히 세수만 했다. 젊은 학생들은 물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쳤다. 섬마을에선 처음 보는 눈보라와 한파라고 하신다. 소모도로 가는 배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눈보라는 심하다. 좁은 고샅길을 거쳐 교회에 도착하니 우리 집 안방만한 크기다. 열심히 사물을 두드리며 주민들을 모았다. 스무 분 정도 되는 주민 가운데 여섯 분이 오셨다. 다른 분들은 출타 중이거나 몸이 불편하셔서 기동을 못하신단다.
여섯 분을 모시고 공연을 시작했다. 심봉사 눈뜨는 대목에선 할머니들이 우셨다. 한국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이번 공연을 통해 큰 무대공연과 다른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관객들과 호흡하며 공연하는 것은 어떤 무대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거동을 못하고 방에만 계시는 분들을 찾아 나섰다. 여섯 분을 모시고 진행한 공연이나 홀로 계신 분들을 찾아 위로하고 연주하는 이번 소모도 공연이 가장 감동이 컸던 공연이라고 입을 모은다.
첫날 저녁은 낙도선교회에서 회를 냈다. 둘째 셋째 날은 운영위원께서 후원하신 돼지고기로 푸짐하게 차렸다. 커다란 덩어리고기라 직접 칼을 잡아서 뼈를 추리고 썰었다. 청년들이 낮에 어르신들에게 붕어빵을 대접해 드리고 답례로 싱싱한 갓과 봄동배추를 얻어왔다. 삼겹살과 환상의 궁합이다.
눈보라는 더 거세지고 물결은 높았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되고 배는 끊겼다.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젊은 친구들이 공연을 벌였다. 청산도에서 못하는 공연을 대신 마을 어르신들과 판을 벌인 것이다. 그 사이 선교회일꾼들과 몇몇은 거동을 못하는 분들을 찾아 나섰다. 붕어빵을 열심히 구웠다. 눈 속에 갇힌 섬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것도 좋다. 마을에서 제일 연세가 높으신 할머니는 거동은 못하시지만 말씀도 잘 하시고 표정도 환하시다. 가족들이 직접 만든 비파차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 손을 꼭 잡고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함께 간 예쁜 아이가 노래를 불렀다. 한 분을 위한 음악회는 더욱 값지다.
섬에서 마지막 밤은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올해 공연구상도 마무리했다. 다행스럽게도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었다.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완도로 나왔다. 선교회원들과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부르며 작별했다. 고달픈 여정이지만 병이 나지 않고 수술한 허리가 조금 아프기만 하다. 눈 내린 섬이 눈에 아른거린다. 할머니들의 흥겨운 손놀림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