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어울리는 짝

하늘소리
2009-12-10
조회수 7238
잘 어울리는 짝

송년 모임이 한창이다. 지역의 한 위원회 위원에 위촉된지 4년이 되어 간다. 다른 위원들이나 해당 기관 직원들과도 자주 만나다 보니 함께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 대청댐 가에 근사한 음식점을 알아보려고 위원회 직원과 식사를 하러 나섰다. 남자끼리 온 일행은 우리 밖에 없다. 다들 쌍쌍이 오거나 여자들끼리다. 우리는 이 음식점에서 참 안 어울리는 짝이다. 함께 온 직원이 묻는다. 저기 저 사람들은 부부일까요? 불륜일까요?

고등학교 때 받은 선물이 하나 있다. 동판에 돋을 새김한 기도하는 손이다. '기도하는 손(Praying Hands)' 은 르네상스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독일의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 의 그림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기도하는 손' 의 그림 속에 있는 거친 두 손은 뒤러의 친구인 '프란츠 나인스타인' 이 기도하고 있을 때 그의 손만을 뒤러가 스케치한 작품이다. 친구인 뒤러가 화가로서 입신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했던 프란츠의 이야기는 '기도하는 손' 이라는 작품으로서 시대와 공간을 넘어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를 감동어린 실화로 인류에게 보여 주었다.

뒤러는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화가 지망생이었지만, 그의 부모는 뒤러에 게 전문교육을 시킬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다. 뒤러는 그림공부를 위해 무작정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갔다. 그곳에서 같은 처지의 화가 지망생 프란츠를 만났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먹기에도 벅찬 그들에게 미술공부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어느 날 프란츠는 뒤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먹고 사는 데 시간을 다 보내다 가는 그림은 꿈도 꾸기 어렵겠어! 공부는 교대로 하는 것으로 하지. 우선은 네가 재능이 뛰어나니, 먼저 그림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어. 네가 공부를 마치고 돈을 벌면 그 때 나는 공부하겠네.'

그 후 프란츠는 식당에서 밤낮없이 일하고 돈을 벌었다. 덕분에 뒤러는 미술학교에 들어가 그림에 전념할 수 있었다. 수년이 흘러 뒤러는 화가로서 미술계에 등단했다. 뒤러는 약속한 대로 보답을 하려고 프란츠가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프란츠는 식당 한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 제 친구 뒤러가 성공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제 몫까지 그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그를 축복해 주세요. 저는 그 동안 식당일로 손이 거칠어지고 굳어져서 그림을 그릴 수가 없습니다.'

뒤러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희생한 친구의 기도하는 손을 바라보았다. 두툼하고, 딱딱하고, 못이 박힌 거친 손이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친구의 성공을 감사하는 헌신적 우정에 뒤러는 목이 메었다. 그는 펜을 들어 친구의 기도하는 손을 그 자리에서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이 그림이 바로 '기도하는 손' 이다.

플레밍과 처칠의 이야기도 같은 감동을 준다. 도시에서 시골에 놀러 온 소년이 물에 빠졌다. 시골 소년이 구해 준다. 공부를 잘 하지만 가난한 시골 소년을 도시 소년의 부모가 감사의 표시로 도시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도시 소년은 전쟁에서 불치의 병을 얻지만 시골 소년이 의사가 되어 치료해 준다. 도시 소년은 바로 영국의 처칠 수상이고 시골 소년은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이다.

요즘 눈먼 삽과 구부러진 펜이 만나 세종시를 백지화하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공장을 짓거나 다른 용도로 쓰려고 하는 모양이다. 4대강을 파헤치고 유람선을 띄우거나 관광지로 개발할 모양이다. 누구에게 희망인지 잘은 모르지만 그들은 희망선포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절망선포식이란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불행은 진정한 친구가 아닌 자를 가려준다.' 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있다. 그들 두 사람이 감동을 주는 진정한 친구인지 가려질 날이 있을 것이다. 누구의 친구인지 가려질 날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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