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의 기술

하늘소리
2009-10-19
조회수 6645
요약의 기술

20대 젊은 간수는 감옥에서 비슷한 나이의 여자죄수를 태우고 재판소로 향했다. 여자 간수 둘이 여자죄수의 양 옆에 앉고 그 뒤로 젊고 건장한 남자간수들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드디어 재판이 시작되었다. 이 재판은 무척 유명한 재판이었다. 국내에서 최고 많은 변호사가 선임되어 2백 여 명이나 되었다. 국민적 관심이 대단했다.

변호인들의 최후변론이 시작되었다. 한 분이 두 시간이 넘도록 변론을 했다. 그리고 여자 변호사가 나와서 30분 정도 변론을 했다. 훗날 이 최후변론은 내용이 훌륭해서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을 먼저 소개하면서 시대적 양심을 역설했다. 그때의 감동을 스물여섯의 젊은 간수는 쉰을 바라보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젊은 간수는 얼마 후에 법원서기가 되었다. 형사공판의 조서를 작성하려면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조서작성법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되었다. 담당교수 하시는 말씀, 최후변론에서 변호사가 아무리 오랜 시간 변론을 해도 그건 한 줄이면 충분히 요약이 된다고 하신다. 피고인은 무죄이니 억울하다는 내용이거나 죄를 짓기는 하였으나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해 달라는 두 가지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길어도 한 줄이면 충분하다.

변호인 변호사 정황변 : 피고인은 억울하다고 호소.

탈무드에서 읽은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어느 임금이 학자들에게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정리해 오라고 하였다. 여러 차례의 작업을 통해 100권, 50권, 한 권으로 줄여서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임금은 한 권도 다 읽기 싫다고 더 줄여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 장에 정리했다. 임금은 그것도 복잡하니 단 한 줄로 정리해 오라고 하였다. 최종적으로 한 문장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요즘 여기저기 많은 위원회에 참여하게 된다. 회의에서 정말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분들이 많다. 근사한 우스개 이야기 몇은 준비해야 회의 시간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식사자리에서도 이야기에 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아껴주고 정확하게 내 의견을 전달하려는 노력보다는 그럴듯한 말솜씨를 내세우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한 줄로 줄여서 이야기를 했더니 더 이상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복잡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요약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참 좋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한 줄로 줄여 놓은 중요한 이야기를 그저 한 줄 이야기로 넘겨버리는 습성이 있다. 사안의 중요성에 걸맞게 적당한 강조와 부연설명, 알맞은 비유도 필요하다. 어쨌든 회의 시간에 정확하게 의사표현하고, 간결하게 정리해서 말하는 훈련을 학교에서부터 해야 한다. 내 경험으로는 학교 교사들이 가장 이 부분이 안 되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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