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참외

하늘소리
2009-06-01
조회수 6452
못난이 참외

양평에는 좋아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사물놀이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알렸던 이들의 한울림국악기공장, 100년이 넘는 교회로 강가에 위치한 교회 2층을 카페로 만들어 지나가는 이들이 차도 마시고 노래도 하고 악기도 연주할 수 있게 개방한 상심리교회, 우리나라 최초의 마이스터 홍성훈 선생의 파이프오르간 공장 오르겔바우, 산중턱에 동그란 예배당을 지어 한달에 한번 민들레음악회를 여는 성실교회가 양평에서 좋아하는 곳들이다.

양평은 여주를 거쳐서 간다. 남한강을 끼고 달리다 보면 금사면 이포리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마침 금사참외축제가 열리고 있다. 매운탕과 더불어 갈비집들이 유명한 이포나루를 거쳐 면소재지로 가니 참외축제장에 사람들이 시끌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행사천막 안으로 갔다. 장사수완이 없어 가지고 나온 참외를 그대로 쌓아두고 계신 아주머니에게 가서 몇 상자 팔아드렸다. 덤으로 몇 개 얻어왔다.

행사장을 나오면서 막 콩가루를 바르고 있는 인절미도 조금 샀다. 공장에 마침 대표이사께서도 와 계셨다. 공장장님과 몇몇이서 참외와 인절미를 나누었다. 공장견학과 가지고 간 악기수리를 맡기고 났는데 공장장님께서 굳이 당신의 집으로 가서 저녁을 하자고 하신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잘 생긴 목련이 운치 있다. 나무그늘에 평상을 펴고 텃밭의 상추와 쑥갓, 겨자잎과 미나리로 쌈을 싸니 신선이 따로 없다.

돌아오는 길에 이포에 들러 아주머니 천막으로 갔다. 역시 별로 많이 팔지 못하고 계신다. 남은 참외를 몽땅 떨이했다. 덤으로 주려고 가지고 나온 못난이 참외를 싸주시는데 상자에 든 참외보다 더 많다. 주위 어른들께 상자에 든 참외를 선물하고 우리 식구들은 덤으로 얻어온 참외를 먹는다. 식구들은 늘 불만이다. 친구 공장에 가서 한방차를 사다가 선물하고 덤으로 얻어온 포장하지 않은 봉지차를 우리 식구들은 마신다. 쌀도 조합에서 기념품으로 나누어 주는 것이나 친척들이 맛보라고 보내주는 것으로 때운다. 입는 옷도 대부분 각종 대회 기념품이나 단체옷으로 얻어온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식구들은 늘 우리를 덤으로 사는 인생이란다.

우리 어머니는 집도 한 칸 없이 아들 넷을 키우셨으니 제대로 된 옷이나 먹을거리를 장만하지 못했다. 지금도 잘 생긴 포장된 참외보다는 수북하게 쌓아놓은 파치라고 불리는 상품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못난이 참외를 사다 드신다. 매사 그렇다. 그러다 보니 가까이서 어머니와 오래 살았던 나는 자연스레 덤으로 사는 인생이 되었다. 생활습관을 고쳐보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천성처럼 굳어진 걸 어찌하기 어렵다.

얼마 전 못난이 참외처럼 생긴 분이 돌아가셨다. 외모도 그렇고 그분이 생전 하신 일이나 일처리 방식도 거의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친근감을 느끼고 더욱 인간적인 끌림이 있는가 보다. 사람들처럼 다중에 휩쓸리는 걸 싫어해서 빈소는 찾지 않았지만 조용히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범죄 집단 같은 권력과 언론이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 못난이참외는 온 식구가 툴툴대며 맛있게 먹는 여전히 우리의 사랑받는 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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