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일곱번의 변화

하늘소리
2009-05-06
조회수 6136
어린이날과 일곱 번의 변화

어린이날이라야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난 지금 특별히 할 일은 없다. 뒤늦게 낳은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마지막 어린이날 기념으로 닌텐도란 게임기를 사달라고 보채다가 매만 맞고 악기연습 중이다. 퇴짜 맞은 논문 수정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공부방 아이 엄마인데 아이가 아침부터 수영장간다고 들떠서 수영가방을 메고 다닌단다. 휴일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갔더니 당연히 어린이날도 가는 줄 알고 그런다. 하는 수 없이 부모들이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아이들 몇을 데리고 시립수영장을 갔다. 휴장이다. 시립수영장을 비롯해 시에서 운영하는 상당수 시설은 이미 시민들의 것이라기보다는 종사자들의 것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쓰레기소각장 자리에 세웠다는 푸르미환경공원이 개장했다는 대대적인 보도가 있어 그 안에 있는 스포츠센터로 전화했다. 전화도 안 받는다. 다른 곳으로 알아보니 6월 달이 돼야 개장할지 말지란다. 다른 곳에 전화했다. 역시 전화도 안 받는다.

아이들이 너무 실망해서 충청북도학생수영장엘 허실삼아 가봤다. 개장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날을 맞아 입장객 전원 무료입장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시설과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시설의 운영철학 차이가 이렇게 큰지 몰랐다. 시설도 쾌적하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기분 좋게 아이들과 즐기다 왔다. 그냥 돌려보내기 미안해서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햄버거가게엘 데리고 갔다. 이 아이들이 왜 이리 예쁜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집에 돌아오니 정작 작은 아들은 남의 아이들은 어린이날을 챙겨주고 친아들은 악기연습만 죽어라 시키냐고 입이 나왔다. 그 아인 내가 아니라도 집안사람들과 주변 교사들이 나보다 더 잘 가르치고 돌보니 그만하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악기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아버지에게 게임기 사달라고 졸랐다며 혼나는 중이다.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 탈무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한 살은 막무가내 누구나 떠받들어야 하는 임금님이다. 두 살은 아무데나 뒹구는 돼지다. 열 살은 이리저리 뛰놀고 낄낄거리는 염소다. 열여덟 살은 힘을 자랑하고 싶은 말이다. 결혼하면 아내와 자식이라는 짐을 지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는 당나귀다. 중년이 되면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살림을 내기 위해 엄청난 돈을 벌어야 하니 먹을 것을 주기만 하면 꼬리치는 개가 된다. 노년에는 어린아이처럼 원숭이가 된다. 그러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니 외롭다.

아침에 출근하다보니 한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길에 누워있다. 차를 멈출 수 없어 사무실 앞까지 왔다가 아무도 신고를 하거나 도와주지 않았을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차를 돌려 그 자리로 가보았다. 생각대로 그 노인은 길바닥에 누운 채 그대로 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 물으니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누워서 얼마간 있으면 다시 움직일 수 있으니 그냥 가도 된단다. 척추관협착환자인가 보다. 내가 그로인해 척추궁절제시술을 받았으니 잘 안다.

이 땅의 어린이들이 적절한 보살핌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노년에는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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