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배우기 9탄 눈물

구미영
2009-05-07
조회수 6391
세계미인 칼럼-눈물 동시가 있는 칼럼
2009/04/26 03:09

http://blog.naver.com/gmybook/140067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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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배우기 9탄- 눈물




네게 섞이인

사연 다 다르지만

오직 짜다

짤 뿐이다




적시어진 눈

이미 깊은 바다인 것을

울어 본 그대

알리다 알리이다




미처 막을 새 없이

터진 둑 마냥

진탕 넓으러진 용서,

눈이 부시다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오늘은 울지 않으리라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을 보러 가서 한 다짐이다. 얼마나 자신만만했던지 “나 좀 한 번 울려봐라”하고 호언장담을 했다. 나 역시 애들 키우는 엄마로 힘들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너무 힘들어 울고 싶은 날이 태반이다. 그걸 참고 살다보면 마치 싸움닭 같은 아줌마, 강한 어미가 되어간다.



공연장은 700석이 넘다는데 여성으로 가득했다. 90%이상이 여성이다. 왠지 모두 착하고 여리게만 보이는데, 그 얼굴마다 드리운 사연이 어쩌면 다 같을 것도 같고 다 다를 것도 같은 것아 혼자 현기증이 났다.



친정 엄마라는 말과 시어머니라는 말 사이의 유대감은 왠지 참 멀다. 대부분의 여성은 곧 친정엄마이면서 동시에 시어머니이기도 한데 왜 두 호칭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게 느껴질까? 아들과 사위라는 말도 그렇고, 딸과 며느리라는 말도 그렇다. 역할에 있어서 둘 다 동시성을 가지는데 우리의 사고는 늘 엄마 쪽에 편중되어 있는 것을 숨길 수 없다.



극중에선 그 맘이 “내 새끼, 보고 싶은 내 새끼....사랑한다 내 딸아.”라는 부분에서 이해된다. 출산의 고통을 이해하는 동질적 존재로서의 여성, 양육을 하면서 절절하게 몸에 배인 손길, 떠나보낸 심리적 물리적 박탈감과 그리움, 온전히 자유롭게 떠날 곳이 없는 여성의 사회적, 현실적 위치 등을 엄마와 딸은 공유한다. 끈끈한 사랑으로 절감한다.



남편을 미워하고, 간암으로 엄마보다 먼저 죽는 설정으로 이 연극은 더욱 슬프다.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과 살아남은 이의 절절한 고통이 엄마와 친정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동일시에 의한 카타르시스로 객석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모성의 바다가 되었다. 용서와 화해의 바다였다. 나도 그 속에 빠져서 독한 맘을 빼냈다. 소유의 맘과 욕심과 미움을 절여냈다.



무엇인들 내 것이랴. 다 두고 갈 것을. 우린 그냥 서로 서로 소중한 각자일 뿐이다. 위(爲)하고 서로 살려야 할 소중한 생명(生命)일 뿐이다. 그대 살리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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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계미인 칼럼-눈물|작성자 세계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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