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 서서

하늘소리
201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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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에 서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주축이 된 백두대간보존연대의 백두대간생태탐사가 7박8일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 활동은 자생하는 초본과 목본의 종류 파악, 경관과 시설관리실태 파악을 주로 하였다. 환경운동연합 실무자들이 행사를 주관하며 지원업무와 관리실태파악을 담당하고 충북숲해설가협회의 전문가들이 초본과 목본의 서식실태를 파악하였다.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이 일을 수행하였다. 나도 충북숲해설가협회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의 임원으로서 짬을 내어 큰재에서 작점고개를 거쳐 추풍령까지 약 20킬로미터 구간을 1박 2일 동안 참가하여 탐사반원들을 격려하고 백두대간의 환경을 둘러보았다.

저녁에 빗소리를 들으며 산속 마을회관 마루 끝에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다 늦게 잠들었다. 새벽 4시 30분에 다시 눈을 뜨고 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계곡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기 전 직지원정대의 전설 박대장의 구령에 맞춰 몸을 풀었다. 수영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지만 산에 오르기 전 스트레칭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킬로미터를 걷고 난 후 출발할 때 스트레칭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충분히 몸을 푼 다음 가파른 산을 올랐다.

몇 년 동안 들길과 계곡, 낮은 산을 따라다니며 숲과 자연을 공부했지만 숲속에선 또 벙어리이고 장님이다. 모든 게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다. 충북숲해설가협회의 전숙자이사는 평소 상당산성에서 숲해설을 하신다. 초본을 보는 눈이 얼마나 빠른지 기록을 맡은 대학생들이 적을 틈도 없이 풀이름을 나열한다. 숨도 돌릴 겸 공부도 할 겸 참견을 했다. “청미래는 초본 같은데 목본인가요? 그럼 초본과 목본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둥글레는 한의원 약상자에 진황정이라고 적혀있는 것과 같은 건가요? 나리꽃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둥글레가 윤기 있는 둥근 열매를 탐스럽게 매달고 등산로에 가득하다. 힘이 들고 숨이 찰 때면 수줍은 듯 일월비비추가 몸을 꼬고 있다. 앞서가는 목본 팀은 웃음소리가 연신 터져 나온다. 즐거운 이야기가 피로를 씻어주나 보다. 관리실태를 파악하는 팀은 연신 줄자를 들고 등산로 폭을 재고 설치된 시설물을 살피고 적느라 정신이 없다. 걷기도 바쁜데 이것저것 적느라 정신이 없다. 국수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웅장함에 잠시 넋을 놓는다.

중간 새참에 주먹밥을 꺼내먹는다. 경험 많은 전선생이 주먹밥에 김치를 몇 조각 넣어 두라고 귀띔해 준 게 이리 고마울 수가 없다. 주먹밥이 목에 잘 넘어가지 않는데 김치쪽 덕분에 목넘김이 수월하다. 작은 콜라병에 담아온 식수를 가늠해 보며 마셨다. 다음 물을 공급받을 때까지 7시간 동안 나누어 마셔야 한다.

작점고개에서 지원팀이 컵라면을 끓여주어 점심으로 대신했다. 식수를 공급받아 오후 탐사에 나섰다. 비가 쏟아진다. 비옷이 있지만 더워서 배낭만 씌우고 비를 맞고 걸었다. 배낭은 그래도 물이 들어가 갈아입을 옷과 도감이 모두 젖어 버렸다. 무거운 다리, 카메라를 멘 목과 어깨가 끊어질 것 같다. 오후 5시 12시간 20킬로미터의 대장정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빈틈없는 인솔자 박대장과 숲해설가 전문위원들의 안내, 시설 관리실태 팀, 업무지원팀, 그리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그리고 휴가를 내고 오신 탐사반원들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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