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리 점촌 옹기골은 보존해야 한다.

하늘소리
2012-08-11
조회수 5691
봉산리 점촌 옹기골은 보존해야 한다.

충북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송의 봉산리 옹기가마를 찾았다. 지나가는 차에 마침 자리가 한 자리 비어 나도 따라가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자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지나가는 길에 원망과 미움과 경계의 빛이 가득 묻어난 목소리로 남의 사유재산을 함부로 들여다보느냐며 힐책한다.

아직까지 농촌마을의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그대로 간직한 자연부락이다. 그런데 목소리는 아니다. 도회지에서 이권다툼에 이골이 난듯한 수준이다. 문화재나 사찰이나 관광지가 유명세를 타면 돈냄새가 물씬 풍겨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처럼 다시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옹기가마를 보기도 전에 밀려온다.

오송지역은 생명과학단지로 개발되어 산업단지와 주거단지, 근린생활시설들로 바뀌게 된다. 올해 말까지 토지주인들에게 보상도 마치게 된단다. 이런 개발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조사를 사전에 하게 되는데 봉산리에 있는 옹기가마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아무런 대책도 세워놓은 것이 없다. 지역언론과 문화계 인사들이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보도를 계속하자 그제서야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에서 옹기를 제작해온 박재환옹은 옹기장으로 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은 분이다. 이곳은 조선후기 천주교박해를 피해 숨어들어온 신자들이 옹기를 구워 생계를 유지해 오던 우리 역사의 숨은 현장이기도 하다. 이런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를 간직한 옹기가마터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아니니 사전지표조사에서 누락되었다는 것인데 참 부끄러운 안목의 고백성사다. 개발업무 추진단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언론과 문화계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그나마 다행이다.

언론보도와 옹기장과 가족들, 그리고 그 자리에 모였던 문화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자.

1. 글의 앞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주민들은 문화재와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혹시 보상절차에 지장을 받을까봐 노심초사한다. 사업추진단은 먼저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보상절차는 문화재보존문제와 관계없이 애초의 일정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약속해 주어야 한다.

2. 옹기가마의 보존과 기술의 보존과 전승은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미래가치를 지향해야한다. 사업단이나 옹기장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즉, 현재 자리한 곳이 자체로 지니고 있는 역사성과 무형문화재 옹기장의 삶의 터전이 대대로 이어져 왔다는 살아있는 역사를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인근 지역으로 이전해서 시설을 현대화하고 옹기공원으로 만들자는 의견은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도무지 현재상태의 보전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 선택하는 차선일 뿐이다. 돈이 들고 시일이 오래 걸리더라도 충분한 면적과 현재의 위치를 보전하여 공원화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3. 추후 이런 사업에는 반드시 보전가치가 있는 문화적 유산이나 자연경관 등을 면밀하게 살펴 오히려 공원이나 지명 등에 잘 활용하여 비경제적 요소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가치 있는 활용방안도 찾을 수 있도록 귀한 선례가 되도록 하자. 꼭 많은 희생과 갈등을 거쳐 미래가치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모여 의논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선례로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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