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면 소각장]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 지역민 외면한 언론들 ① 신문모니터

충북민언련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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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발표 의심하지 않는 지역 종합일간지 북이면 이슈 다루는 전국권 일간지의 극명한 '온도차'


청주시 북이면 주민 60명이 최근 10년 사이 암으로 숨졌습니다. 주민들은 마을에 밀집한 소각장을 의심했습니다. 주민들은 환경부에 지역 소각시설과 자신들의 암 발생 원인의 인과관계를 규명해달라고 요구했고, 환경부는 2019년 말부터 지난 3월까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소각시설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번째 건강영향조사 사례로 사회적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난 5월 13일 환경부는 소각시설 배출 유해물질과 주민 질병 간의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 몸에서 측정된 카드뮴 등의 일부 유해물질 농도가 소각장에 가까울수록 높아지는 현상은 설명해내지 못했습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전면 재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집단조차 환경부의 발표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충북미세먼지대책위와 북이면 주민들이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충북미세먼지대책위 제공


언론은 북이면 주민의 건강권을 다룬 중대한 정부 발표와 그로 인한 논란을 어떤 비중으로 어떻게 다뤘을까요. 환경부 주민 건강영향평가 발표 관련 기사를 5월 13일 ~ 7월 21일까지 모니터 하면서 각 언론사의 보도 비중과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모니터는 충북민언련 활동가와 모니터위원단이 함께 했습니다.

신문은 지역 종합일간지 6개(충청일보·동양일보·충청타임즈·중부매일·충북일보·충청매일)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5개(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경향신문·한국일보·동아일보)를 모니터했고, 방송은 지역 방송국 3사(CJB청주방송·KBS충북·MBC충북)를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신문과 방송으로 분류해 모니터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과학적 근거 제한적’ 환경부 발표만 반영해 단정적인 제목 뽑은 지역일간지

기관 또는 정치인 등의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전하는 언론의 행태를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합니다. 기자가 취재를 하지 않고 ‘받아쓰기’에 머무는 관행을 지적한 건데요. 사안이나 이해갈등 관계자의 다양한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한 쪽의 발언이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며 타자수의 역할에 스스로 머무는 언론을 비판하는 용어입니다.

5월 13일에 있었던 북이면 주민 건강영향평가 조사에 대한 지역 종합일간지의 기사 제목들은 대부분 따옴표 저널리즘에 입각해 환경부 발표 내용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발표 현장에서 지역주민들과 지방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던 데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일부도 환경부의 발표에 난색을 표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의 조사결과 발표를 다룬 모니터 대상 지역 종합일간지 6곳 중 충청일보를 제외한 동양일보·충청타임즈·중부매일·충북일보·충청매일이 환경부가 발표한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제목에 달았습니다. 언론이 기관의 입장만을 근거로 단정적인 제목을 달게 되면, 독자들은 기관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반면, 충청일보는 <환경부 발표에 북이면 주민 '부글부글'> 기사에서 주민들의 분노를 제목에 선명히 드러내 지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내용에 따라 결과가 크게 흔들리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제목을 뽑을 때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해석 있지만‥ 기사 본문마저 환경부 발표 ‘받아쓰기’

천편일률적인 제목과 달리 내용은 언론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각 언론사의 논조나 취재에 들이는 노력의 차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동양일보와 충청타임즈, 충청매일은 5월 14일 각각 <청주 북이면 지역, 소각장 암 발생 관련성 '제한적'>, <“북이면 소각장 암 발생 관련 입증 안돼”>, <“암 발생 증가 관련성 근거 제한적...2017년 이후부터 지속적 평가 필요”>로 제목을 뽑았습니다. 세 매체는 환경부 조사 발표 보도자료 내용을 거의 그대로 기사에 실었습니다. 소각장을 둘러싼 첨예하게 다른 입장 중 한 축인 환경부 목소리만 취사선택한 것은 과장·왜곡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충청타임즈 5월 14일자 2면 상단


같은 날 중부매일은 <'청주 북이면 주민 암발생과 소각시설 유해물질 관련성 과학적 근거 제한적'>에서 환경부의 발표 내용을 전달하고 기사 말미에 시의원과 주민들의 반발을 간략히 언급했습니다. 균형을 맞추기에는 부족했지만 나름대로 상황을 공정히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많은 지역언론이 환경부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은 무책임한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주민들의 항의는 제쳐 두더라도 전문가들마저 발표 결과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담아내는 보도는 분명히 불공정했습니다. 이러한 보도는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독자들에게게 제공하지 못한 것을 넘어, 결과적으로 지역주민을 등지고 환경부 입장만을 대변한 보도가 됐습니다.


충청일보·충북일보, 주민 입장 반영해 균형 맞추려 노력

충북일보는 단정적인 제목을 뽑았지만 <환경부 '북이면 소각장, 주민 암 관련성 '제한적''> 본문에서는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는 동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라면서 “조사결과가 주민들의 건강에 끼친 영향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충청일보도 <환경부 발표에 북이면 주민 '부글부글'>에서 조사 결과와 한계를 번갈아 짚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고, 주민들 반응도 담아내 균형을 맞췄습니다.


'중앙'언론 자처하더니…정부 발표 보도는 한겨레·경향·한국만

5월 13일 환경부 발표 직후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해당 소식을 기사로 보도한 매체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세 곳뿐이었습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당일 발표 내용을 기사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후 6월 2일 주민들과 시민대책위가 환경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그제야 환경부 발표와 주민들 반응을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건 보도에 그쳤지만 환경부의 발표와 반발하는 측의 주장을 모두 담아냈습니다.
 



두 매체의 경우 늦게나마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동아일보는 모니터가 이루어진 기간에 북이면 소각장 소식을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보도 건수와 시점을 통해 진보·중도언론, 보수언론이라 분류되는 언론 간 북이면 소각장 이슈를 다루는 ‘온도차’가 다르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경향신문은 5월 14일 <청주시 소각장 주변 마을 주민 건강피해 사실상 불인정…“자료의 한계”>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환경부의 발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았고, 발표 내용을 단정적인 사실로 다루기보다 ‘불인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해석의 영역임을 확인시켰습니다.

경향신문은 반발하는 측의 주장은 따로 다루지 않았고 환경부의 발표 내용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정리하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일부 유해물질 체내 농도가 높게 검출된 점 등의 쟁점을 상세히 정리해 부각하는데 주력한 듯 보입니다.
 

경향신문 5월 13일 온라인 판


특히 경향신문은 “가장 늦게 가동을 시작한 폐기물 처리업체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0년이 넘게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지만, 조사단은 2015년 이후의 일부 자료들만 확보할 수 있었다”라면서,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의 인터뷰를 덧붙여 조사의 데이터로 쓰인 자료가 양적·질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며 조사결과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으로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한겨레의 보도 건수는 4건으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가장 많이 관련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지역 종합일간지와 견주어도 적지 않습니다. 한겨레는 <“청주 북이면 소각시설, 암 발생 증가 관련성 명확하지 않다”>에서 주민들이 환경부 발표에서 느낀 분노와 감정을 그대로 조명하며 지역 여론과 주민의 입장을 전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대장·폐암 사망률이 높지만 소각장과 관련성은 명확하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라며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식”이라는 북이면 주민협의체의 의견문을 기사에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청주 북이면 주민 체내 카드뮴 농도 최대 5배 높은데…소각시설 토양선 미미>에서 “주민들의 생체 내 유해물질은 비정상적으로 높게 검출됐다”라며 조사 결과에서 인과성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해 의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도 환경부가 “역학적 인과성은 인정하지 않되, 좀 더 장기적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는 환경부의 입장으로 기사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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