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노동 3강] 노동을 말할 자격이 없는 한국 방송사의 실태_김한별 지부장

충북민언련 사무국
2021-11-25
조회수 336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3강] 여성, 청년, 방송 비정규직. 방송작가가 바라보는 방송이라는 성역 -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

11월 23일 저녁 7시, 민주노총 충북본부 7층 대회의실에서 충북민언련 기획강연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세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 날 강연은 방송작가유니온의 김한별 지부장이 '여성, 청년, 방송 비정규직. 방송작가가 바라보는 방송이라는 성역'이라는 진행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  김한별 지부장이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 <일하는 여자들>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방송작가유니온이 왜 여성 노조에서 출발했는지, 왜 작가들은 여성이 많이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시작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20분의  러닝타임 동안  방송작가들은 직장과 집에서 끊임없이 노동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그 노동력을 인정받지 못 했습니다. 그것은 화면 밖으로 나온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한별 지부장은 먼저 다른 산업 종사자에 비해 10년 정도 연령대가 낮은 방송작가 생태계를 지적했습니다. 방송작가의 평균 연령은 32.5세인데에 비해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근로자 평균 연령은 작년 기준 42.9세라고 합니다. 

방송작가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집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섭외, 취재, 촬영 구성안부터 편집 구성안, 심지어 협찬 기획서를 작성하고 출연료를 정산하는 일까지 수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관행의 일차적인 원이은 '낮은 제작비' 입니다. 김한별 지부장은 "미국이라면 최소 4명이 해야할 일을 피디와 작가가 모두 소화해야 하는데, 한국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당 배정되는 제작비가 적다"며 "이렇다보니 방송작가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그에 비해 임금 수준도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송작가에게 지급되는 보수 명목 중에는 ‘기획료’라는 것이 있습니다. 실제 방송을 촬영하고 상영하는 기간 아닌, 준비하고 기획하는 기간에 일할 때 지급되는 것이 기획료입니다. 실제로는 방송국의 업무 지시에 따라 일을 한 것인데, 임금과 다른 '기획료'라는 별도의 명목으로 노동의 댓가를 지급받는 것 자체도 부당합니다. 게다가 기획료를 주지 않거나, 50%만 주거나, 상품권으로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방송작가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제작비에 임금이 포함되어 있어도 프로그램이 불방되거나 결방되면 임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김한별 지부장은 "방송작가는 개인 방송이 아니라 방송사 채널로 송출되는 영상을 만들고, 업무 지시를 받으며 일하고, 방송 송출 일정에 따라 업무 장소와 시간이 정해지기 때문에 노동자"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방송사는 지금까지 방송작가들이 원고를 쓰는 창작자라는 이유로 그 노동자성을 계속 부정해왔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도 방송사에서는 교섭에 응하지 않고, 방송작가 노동조합을 교섭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MBC>에서 개편을 이유로 방송작가를 부당해고 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방송작가들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 받았으나 <MBC>는 판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김한별 지부장은 "MBC가 부당해고한 작가들을 노동자라고 인정하면, 더 많은 작가의 노동자성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한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이 사건이 방송산업 내부는 물론 노동 분쟁에서도 굉장히 큰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는 이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한별 지부장은 “방송사가 가진 보도하지 않을 권력을 이용하여 방송작가들의 입을 막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방송작가를 비롯한 방송계 노동자들은 노조 활동 자체가 어려운 현실을 토로합니다. 애초에 근무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모이는 것부터 쉽지 않고, 프리랜서의 구조상 항상 경쟁 구도에서 일을 해왔기에 서로의 연대가 어려운 것입니다. 김한별 지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방송 보도조차 어렵기 때문에 방송보다 큰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한별 지부장은 최근 ‘방송작가친구들’이라는 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체를 만들었고, <전주KBS> 부당해고 사건에 대해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곧 노동위원회의 심문이 있을 예정이지만 이 또한 방송에서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김한별 지부장은  "방송계 노동자들만의 연대를 넘어, 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