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평범한 사람의 참여가 진정한 의미의 '언론 민주화' - 정미진 회원

충북민언련 사무국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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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민언련이 만난 두번째 회원은 정미진 님입니다. 정미진 회원님은 활동을 시작하며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하는데요. 그간 지역언론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해 오며 언론이 담는 내용적 획일성에 대해 누구보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정미진 회원은 시민들의 삶을 언론에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언론 민주화'라고 말했는데요. 이를 이루기 위해 충북민언련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미진 회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희도 언론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뉴스가 재미없던 내게,  내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준 곳

 

정미진 회원님은 언제부터 언론에 관심이 있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뉴스가 재밌었던 기억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그때는 내가 이런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에 무감각하고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활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문제가 아니라 나오는 내용들이 여성이고 청소년인 내가 흥미를 끌 뉴스들이 아니어서 그렇구나, 나처럼 이 사회가 주류적으로 인정하는 가치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흥미롭지 않은 내용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근데 왜 그동안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지금 언론이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내용들이 배제돼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말해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인 거죠.

 

자연스럽게 충북민언련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겠네요.

 

그렇죠. 그런 면에서 시민단체가 시민을 대변하기도 하고 시민이 참여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의제를 대변하지만 언론을 감시하고 언론 수용자를 대변한다는 건 특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역에 유일한 언론감시 단체였고 또 민언련이라는 단체가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워낙 활동이 활발한 조직이었기 때문에 저도 활동가로서 당연하게 충북민언련에 가입하고 회원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비판적 시각이라는 것도 상당히 많이 학습되어야 하는 거고 특히나 이 사회에서 권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을로서 누군가한테 적응하고 맞추는 것이 항상 익숙하기 때문에 그 비판적 시각이라는 게 더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존에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매일같이 기사를 보고 TV를 보는 활동가들이 한 번이라도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는 건 엄청 중요한 거죠.

언론권력 감시라는 게 너무나 필요하지만 을의 위치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에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과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충북민언련 같은 단체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MBC충북에서 청년 관련 콘텐츠로 라디오 진행을 했던 걸로 알아요. 어땠어요?

 

라디오 8개월정도 했는데 제 관점이나 생각이 공식적인 매체를 통해 꾸준히 나간다는 경험이 정말 생소하기도 하고 하다보니 어쩌면 이런 것도 권리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우린 공식적인 매체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걸 엄청 특권처럼 느끼니까요. 그래서 중반부에는 라디오 하면서 이슈별로 제가 계속 다른 사람들을 섭외해서 같이 출연했던 기억이 나요. 나를 계기로,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매체에 나가보자, 이렇게요.

다들 낯설고 부끄러워했는데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공적인 매체를 통해 타인과 공유한다는건 상당히 정치적인 경험이니까 신기해했죠. 평범한 시민이 누군가를 대신 투표로 뽑는 것 외의 정치적인 경험을 할 기회가 없는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이후에 잘 되든 안 되든 팟캐스트도 해보자 해서 이어서 했던 것 같아요.

 

언론에 직접 출연하고 경험하면서 느낀 게 있나요?

 

언론도 다양한 시각을 담아야한다곤 하지만 전문가 중심의 사고가 지배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소수자 이슈를 다뤄도 정작 당사자를 섭외하지 않고요. 출연자들이 말하는 내용이 대중에게 전문적으로 느껴지도록 어떤 감투를 가졌거나 그런 직군의 사람을 출연자로 선호하고요. 전 이런 게 시민이 말할 권리 측면으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언론이 자신들의 섭외 권한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저한테 언론의 민주화는 그런 대목인거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언론은 그래도 전문적이고 신뢰받는 말이 나가야 언론의 신뢰도가 유지된다고 하겠지만, 전 그런걸 누가 판단하며 과연 다양한 삶의 현실이나 다양한 입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데 있어 전문성이라는게 어떤 의미로 작동하나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소수자들이나 배제된 이들의 삶과 입장이 전문가에게 호명되어 대신 전달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권리로서 직접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언론에 보장되었으면 좋겠고 그런 권리를 언론이 독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판적으로 보고 쓰는 것 배운다

 

그래서 충북민언련이 개최한 언론학교, 모니터 수업에 성실히 참여했던 거네요. 정미진 회원님에게는 우리가 청주여성시민매거진 <떼다> 제작할 때도 글 기고 요청도 드리고 했었어요.

 

맞아요. 저는 지면이나 화면을 통해서 언론권력이 본인들의 관점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이들만이 독점하는 행위가 아니라 시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민단체가 쓰고 말하는 능력을 대중에게 학습시키고 교육하는 건 되게 중요하다고 봐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비판적 관점을 갖고 뭔가를 본다는 건 상당히 학습되어야 하는 일이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너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인권단체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민주주의나 인권, 헌법적 가치들이 표현의 자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강조했거든요. 그런 것들은 우리가 소위 언론이라고 인정받고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은 언론들만이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북민언련 활동을 통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보기도 하고 직접 제작도 해보면서 배우는 거죠.

개인적인 얘기를 공식적으로 써보고 누군가의 얘기를 비판도 해보는 이런 학습은 정말 꼭 필요해요. 그래서 언론 모니터 수업이나 <떼다> 같은 경우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한 번 할 때마다 너무 신선하고 평소 생각하지 못했거나 써보지 않은 방식으로 쓰려고 연습하게 돼요. 앞으로 더욱 이렇게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이 확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충북민언련은 독립매체를 두 개나 만들었어요. 지방선거특별페이지 <다른시선>과 청주여성시민매거진 <떼다>요. 기존 언론감시 단체에서 잘 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회원으로서 이런 활동들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계희수 활동가가 기존 언론을 비판하는 걸 넘어서, 언론에 나와야 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평범한 사람들이 주도하는 미디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엄청 공감했어요.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기사만 보면 사회에 어떤 희망도 느끼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단순히 마음 아픈 내용이 담겨서 뿐만 아니라 권력자들의 목소리나 입장, 이해관계만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나와요. 이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인 저로서는 별 관심 없는 내용도 너무 많고 내 삶에 동떨어진 내용도 너무 많기 때문이죠. 저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독립 매체나 콘텐츠를 만드는 건 엄청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우리가 ‘소수자 중요하다, 지역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지만 그런 이슈가 진짜 공론장에 올라오려면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어야 해요. 근데 현실은 그들이 뭔가를 하기 힘들고 그들의 말을 실어주는 곳도 없고 조명해 주는 곳도 없고, 그들이 그런 말을 잘할 수 있도록 학습할 기회도 없어요.

그래서 독립 매체라는 틀, <다른시선>도 그렇고 <떼다>도 그렇고 이런 기회의 장이 있어야만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죠. 당장에야 자극적인 보도들 중심의 언론 환경에서 조명받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차곡차곡 충북민언련이 이런 좋은 활동들을 누적해가면 분명히 주목받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충북민언련 안정기 접어드는 시기, 같이 ‘으쌰으쌰’ 해요

 

충북민언련이 20년이에요. 회원으로서 충북민언련에 기대하는 게 있다면요?

 

제가 지역사회에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여서 고충을 잘 알죠. 정말 단체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이런 구조 속에서, 특히 우리는 시민단체라고 말하고 시민이 참여해 주길 바라지만 현실은 회비를 내는 것만으로 활동들이 대체 되는 현실이 참 힘들어요. 그리고 재정적인 독립이라는 것도 갈수록 너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단체를 지속하는 것이 큰일이라는 이런 뻔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게 되는 것 같네요.

활동가들이 재정 문제로 많이 고생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럼에도 회원이나 지역사회에 긍정적이고 희망찬 메시지를 많이 내보내고 있어요. 같은 활동가 입장에서 그런 에너지가 별거 아닌 것이 아니라 진짜 엄청 중요하거든요. 충북민언련 활동가들이 워낙 젊어졌고 그건 지역사회 시민단체에서 되게 보기 드문 일인데, 여기서 주목할 건 활동가가 단순히 젊다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권한과 주체성이 있다는 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그간 요구돼왔던 것들을 조금 내려놓고 정말 활동가들이 하고 싶고 집중하고 싶은 것들에 힘을 쏟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옛 회원들이나 신입 회원들과 좀 같이 으쌰으쌰 잘해볼 수 있는 활동들을 꾸준히 해나가면 뭐든지 좋아요, 저는.

 

너무 든든하고, 고맙네요. 회원들의 애정이 활동에 절대적인 힘이라는 걸 요즘 새삼 깨달아요.

 

사실 활동가 윗세대와 우리 세대에 간극이라는 게 너무 멀잖아요. 사람이 꾸준히 키워질 수 없었고 시민단체들은 한두 명이 해오던 활동을 몇십 년 동안 같은 사람이 하는 구조라서요. 지금 충북민언련 활동가들 많이 고생하고 있고 저는 지금이 단체가 안정기에 들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상임 활동가들이 조금 더 긴 전망으로 조직의 운동을 고민하는 시점인 걸로 보여요. 그래서 저를 포함해 주변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계신 모든 분들도 꼭 회원가입을 하시길 부탁드리고요. 젊고 새롭게 시도해보고자 하는 활동가가 있는 단체는 지역사회에서 의무감을 가지고 회원가입이든 후원이든 활동 참여든 해야 하지 않겠나요.

 

언론-시민 사이를 다시 엮어내보자

 

20주년 슬로건 ‘언론운동의 판을 뒤집다’는 어떤 거 같아요?

 

시민사회 운동도 주체들이 변화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도 질적으로 전환하는 시기가 항상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그것을 선언하고 만드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인지한 것 같아서 저는 되게 반가웠어요. 이렇게 충북민언련이 생각하는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드는 일을 어떻게 지역의 자원들과 잘 엮어내고 확장시켜 나갈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나갈 것인가 저는 그게 향후 몇 년 간 주요한 단체의 과제가 되지 않을까 해요.

아마 판을 뒤집는다는 표현대로 20주년이 충북민언련이 그간 맺어온 관계 측면에서도 엄청 큰 전환점이 될 거 같아요. 왜냐면 충북민언련이 새로 시도하는 운동들이 기존의 관계들 안에서만은 시도하기 힘들 거거든요. 운동의 질적 내용이 바뀐다는 건 회원을 포함한 관계까지도 재구성되는 거기 때문에 아마 만나게 되고 협업하게 될 관계도 바뀔 거고요. 새롭게 다시 안정적인 구도를 짜고 있는 활동가의 역할은 무거울 것이고 상당히 고생하는 거다, 그래서 전 그 안정기를 위해 작업해나가는 시기를 길게 설정했으면 해요.

그런 맥락에서 9월 26일에 하기로 한 포럼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언론인들이 토론회 같은 곳에 한 명씩 초대된 적은 있어도 이렇게 질적으로 훌륭한 지역언론 콘텐츠를 이야기하려고 모인 적은 없는 거 같거든요. 지역사회 주체들을 언론을 소재로 엮어내는 작업들, 언론과 시민이 만나는 접점을 만드는 거 아주 중요하고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자리를 경험해보고 지역언론이나 지역사회 이슈 중에 더 심도 있게 논의해볼 주제들을 포착해서 후속 토론회도 해보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홍보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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