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⑥] 보이지 않는 사람들 - 김현정 충북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충북민언련 사무국
2023-11-07
조회수 158


보이지 않는 사람들


충북성별영향평가센터의 일년 경력의 초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제시하게 되는 컨설팅 의견은, 인구의 절반은 여성인데 지자체의 각종 사업에서 여성의 수혜율이 적으니 여성의 참여율을 높이자는 의견이다. 작은 마을의 협의체부터 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까지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여성 참여율은 더더욱 낮다. 그리고 그런 의견을 내면 응당 따라오는 대답이 있다. “적절한 사람이 없어요.”


우리는 그 ‘적절한 사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역에서 해당 분야에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일면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연령대, 특정 성별의 사람들이 그 자리를 독차지한다면 정책결정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와 의견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청주시만 해도 시 산하 위원회 여성위원의 수는 34.5%에 불과하고, 특히 의결위원회 중 여성위원이 0명인 위원회도 전체의 11%에 달한다. 또 참여자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자체가 제시하는 기준은 학력, 입증이 가능한 직업 경력 등으로 그 내용이 매우 얄팍하다. 여기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의, 과소대표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적절한 사람’ 또한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활동하는 지역의 사람들을 발굴하여 지면에 드러내는 것은 전문성을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작년 민언련에서 발간한 ‘다른시선’과 ‘떼다’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다른시선’은 지역 개발 이슈, 여성 혐오가 판치던 지방 선거에서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기후정의, 동물권, 청소년 인권 등 많은 이슈들을 다루었다. ‘떼다’는 농민여성, 청년여성, 페미니즘 정치 등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여성들에게 주목했다. 보이지 않아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성은 어디에나 있다. 비단 여성 뿐만 아니라 권력의 위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청년, 노인, 장애인, 이주여성, 농민, 노동자들이 있고 그들은 ‘적절한 사람’이 되기엔 너무 가시화되지 않았다.


충북민언련은 지역언론모니터링과 미디어 교육을 통해 지역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준다는 점에서도 ‘적절한 사람’ 발굴하기에 기여하고 있다. 민언련이 20년을 넘어 30년, 40년 더 오래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