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을 우리를 위해 눈을 떠야 한다

이수희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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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 째 되는 날이었다. 우연히 뉴스를 들여다봤다. 앵커 뒷 화면으로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날 밤 혼자 TV앞에 앉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잊지 않겠다,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잊지 않았다. 세월호 관련 기사만 봐도 여전히 눈물을 찍어낸다. 그런데도 부끄럽다. 왜일까. 너무나 무기력하다. 나 같은 수많은 이들을 일깨우기 위한 ‘책’이 나왔다. 작가, 정치학자, 언론학자, 철학자 등이 모여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앞서 인용한 문구 역시 이 책에서 나온 문구다. <눈먼 자들의 국가>를 곱씹어 읽으며 그들에 진단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작가들은 세월호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글쓰기로 답했다. 자신에게 세월호는 무엇이었는지, 엄청난 이 고통 앞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그들이 아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무엇을 기억하고 알아야 하는지를 담아냈다.

 지난 4월16일 이후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봤다. 세월호만 침몰한 게 아니었다.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위험국가인지를, 국가가 국민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직 200일이 가깝도록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만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사고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라며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고 작가들은 말한다.

<두근두근 내인생>이라는 소설을 쓴 소설가 김애란은 “보지 않으면 놓칠 것 같았고, 놓치고 나면 속을 것 같았다. 되도록 모든 걸 보고, 누가 어떤 식으로 말하고 있는지 기억해두려 했다.”고 했다. 스스로를 납득시킬만한 말조차 찾을 수 없는 현실, 말의 무의미와 싸워야 했지만 그래도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도 없었다고 했다.

진은영 시인은 우리가 연민 대신 수치심을 느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연민이란 ‘참으로 게으르고 뻔뻔한 감정’이라며,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명징하게 말한다. 시인은 우리가 연민을 드러내는 것은 무능력하다는 것과 우리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깨운다.

소설가 황정은도 세월호에 대해 질문 없는 삶들, 무감한 삶들이 일조하고 있는 참사가 아니냐고 말한다. 작가는 ‘그날 이후 내내 거대한 괴물처럼 마디를 늘려가며 꾸역꾸역 이어지고 있는 참사’라고 괴로움을 말한다. 정치학자 홍철규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았다. 신자유주의는 우리의 모든 것을 사유화했다고 진단한다. 정부정책 수준에서의 신자유주의 실패가 명백해졌음에도 우리가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안을 보여줄 수 없는 이유도 우리 자신이 사유화된 주체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무책임과 무능의 광경이 바로 사유화의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언론학자 전규찬도 세월호는 허물어진 신자유주의를 함께 수면 위로 노출했다고 말한다. 세월호는 “신자유주의 자본국가의 야비한 실정, 약육강식의 냉정한 실상을 폭로한다. 국가의 공백상태, 축적의 욕망에 매몰된 자본의 비리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방기 ‧ 유도한 국가의 부정을 폭로한다.”고 썼다.

<눈먼 자들의 국가> 이 책에 실린 여러 글 중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글을 꼽자면 바로 소설가 박민규의 ‘눈먼 자들의 국가’였다. 작가 박민규는 세월호 참사에는 사고와 사건이라는 두 개의 프레임이 겹쳐져 있는데 이제 이를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했다. 작가는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며 세월호 참사를 사고로 말하고 싶어 하는 자들, 버젓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사건을 사고로 위장하려 든다고 했다. 그렇기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우리가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우리가 눈을 뜨지 못한다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학자 전규찬은 “세월호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텔레비전, 원격시각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가 침몰되는 그 광경을, 아무도 구조하지 못한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지 않았던가. 전규찬은 세월호는 “이 시대가 죽음의 시절임을 폭로하며, 지배자본은 근본적으로 불량하고 책임지지 않는 국가는 너무나 위험함을, 그리고 주류 매체의 리포터들은 선전국가의 기관원으로 타락했음을 환기시켜준 소셜미디어”라고 정의했다.

전규찬은 세월호를 글쓰고 말하는 것이 산자의 의무, 살아남아야 할 우리 자신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국가가 진상을 밝히지 않기 위해 은폐하고, 조작하고 언론은 또 이를 밝혀내려는 노력조차 하지 못하고 급기야는 ‘기레기’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는 지금 우리가 이렇게라도 세월호를 읽고 쓰고 말하면서 희망을 찾아야하는 건 고통이 아무리 클 지라도 살아내야 할 삶이 있기에, 더 이상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이없게 잃는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무기력에서 벗어나 세월호를 다시 이야기해야겠다. 세월호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박민규 작가의 말대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그러기에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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