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님

연규민
2007-06-04
조회수 143

아마 전방에서 군복무 때 같다. 새가정이란 기독교 잡지는 현재 발행되고 있는 잡지 중 가장 오래 된 잡지이다. 새가정에 몽실언니가 연재된 것을 처음 읽은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 유일하게 잃어버리지 않고 소장하고 있는 책이 몽실언니이다. 창작과비평사 1985년 3판이다. 이 책은 우리 교회 젊은이들이 돌려 읽으며 눈이 벌겋게 부은 그 책이다.

일전 선생님께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선생님의 시 제목이다)로 돌아 가셨다. 평생 아이들을 좋아하셨기에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선생님댁을 찾았다. 남안동 나들목에서 일직면 조탑리 빌뱅이언덕은 5분거리도 안된다. 선생님께서 종지기로 사셨다는 일직교회는 여느 시골교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허름한 다섯 평자리 선생님 댁은 방 2칸이 다 책으로 쌓여있고 작은 싱크대와 사람 한 둘 누울 공간 밖에 없었다.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르던 몇몇 분들이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안동 한 중학교에 계시는 차선생님의 안내로 분향하고 빌뱅이 언덕에 뿌려진 선생님의 유해를 보았다. 난 눈물이 마른지 오래다. 그런데도 말이 잘 나오지 않고 눈썹이 축축하다. 평생 결핵으로 고생하시면서도 인세를 모두 자선단체에 기증하시고 남은 모든 것도 다 어린이들을 위해 쓰라고 하신 선생님.

권선생님과 이오덕선생님의 우정을 한겨레신문 곽병찬기자는 관포지교와 백아절현을 가지고도 담아내기 어려운 신뢰와 헌신으로 쌓은 것이라 했다. 나오는 길 밭둑 옆에 핀 한무더기 찔레꽃을 보았다. 선생님을 뵌듯, 선생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뵌듯 카메라에 담았다.

 

 

연규민님은 충북민언련 운영위원이며, 법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업 외에도 국악, 글쓰기, 수다에 능하시며, 공부방 아이들과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식문제, 정치문제, 종교문제 등 그야말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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