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찾아서

연규민
2007-05-17
조회수 108

김영광은 아들과 함께 배나무집으로 식사하러 가는 길이다. 배나무집이란 배나무과수원 한가운데 있는 식당에서 돼지갈비를 솔향으로 구워서 향이 좋은 돼지갈비가 나오는 집인데 고기 굽느라고 연기나 냄새를 피울 일이 없고 무엇보다 배나무 과수원 한복판에 있어서 숲속 궁전에 온 느낌이어서 더욱 좋다. 모처럼 가족과 바람을 쐬는 기분도 그만이다.

아들 녀석이 자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서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한가지씩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먼저 아들 소망이가 먼저 시작했다.


“춤추는 물고기”라는 책에서 읽은 건데요, 들어보세요.

아빠 큰가시고기는 입주변이 붉어지도록 모래를 파서 물고 다른 곳에 뱉어내는 일을 수없이 되풀이 했어요. 집을 짓는 거예요. 그리고 다른 큰가시고기들이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입으로 쫓아냈어요. 모래를 파낸 담에 갈대로 모래구덩이를 덮고 그 위에 다시 모래를 덮는 거예요. 그리고 배로 모래를 눌러 끈끈한 액체를 뿌리면 갈대와 모래가 단단히 달라붙는대요. 그런 다음에 자기가 만든 집의 한쪽에서 구멍을 뚫고 다른 쪽으로 나오면 집의 출입구까지 만들어지는거래요.


집이 만들어지고 나면 아빠 큰가시고기는 눈이 푸르게 빛나고 턱부터 배까지 붉은색을 띄고 등은 푸른색으로 빛나면서 아름답게 변해간대요. 그리고 엄마 큰가시고기를 데려온대요. 엄마가 알을 낳고 아빠가 그 알에다 생명을 불어넣는대요. 그런 다음 아빠는 몸으로 물살을 일으켜 새끼 알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준대요. 일주일만에 새끼들이 알에서 나오면 아빠는 너무너무 힘들어 몸이 바짝 마르고 아름다운 몸색깔도 바래져 버린대요. 그리고 마지막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숨을 거두고 하늘나라로 간대요.


정말 아빠가시고기의 사랑은 대단하구나. 이제 아빠가 얘기해 줄게.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에 여름성경학교에서 들은 이야기야.


옛날에 정말로 믿음이 좋은 사람이 있었대. 이 사람은 성경책에서 배운대로 살면서 하늘나라를 향해 열심히 나아갔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대로 편하고 좋은 길만 가지 않고 힘든 길도 열심히 헤치면서 나아갔대. 그러다가 평소에 강도질을 하고 못된 짓은 골라가면서 사는 사람을 만났대. 심심해서 둘은 같이 같대. 그러다가 두갈래길이 나왔대. 한길은 곧고 넓고 편한 길이고 또 한길은 좁고 구불구불하고 험한 길이었대. 믿음 좋은 사람은 당연히 좁은 길로 갔대. 그러자 강도질 하던 사람은 믿음 좋은 사람을 비웃었대. “저런, 바보같은 친구 같으니. 이렇게 편하고 좋은 길을 두고 뭐하러 힘들게 다니나.”


정말 성경책에서 배운대로 좁은 길로 가니 천국이 나타났대. 사시절 꽃이 피고 아름답고 맛난 과일이 항상 열리고, 너무너무 아름다운 세상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대. 그동안 고생하면서 걸어온 날들이 정말 보람을 얻은 것 같았대. 그렇게 기쁘고 즐거운 날들이 계속되었는데 점점 외롭고 심심해졌어. 왜냐면 혼자였기 때문이지.


그때 하나님께서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찾아오셨어. 그러자 믿음좋은 이 사람은 하나님께 말씀드렸다. 너무 심심하니 친구를 보내달라고 말이야. 하나님께서 며칠만 기다리면 친구를 보내 주겠다고 하셨어. 그런 며칠 후 저만치서 누가 오고 있는거야. 너무 반가워서 막 달려가서 꽉 껴안았지. 그런데 이게 누군가 하니 전에 갈림길에서 헤어졌던 강도질하던 사람인거야. 이 사람은 너무 실망이 되었어. “이건 공평하지 않아. 난 얼마나 힘들게 이 천국에 왔는데, 저 강도는 편한 길로만 왔는데도 이렇게 천국에 오다니.... 뭔가 잘못된 거야.”


그래서 이 사나이는 하나님을 찾아가 따졌대. 이럴 수는 없는거라고. 저런 강도같은 놈과 함께 있는 천국이라면 나는 천국에 있지 않겠다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대. “네가 너무 심심하다고 친구를 보내달라고 해서, 그래도 그 중에 제일 나은 사람을 골라온 것인데... ” 하나님은 다시 강도질하던 사람을 데리고 가셨대. 그런데 그날부터 이 사나이에게 천국은 천국이 아니었대. 너무너무 심심한 천국은 이제 지옥이었대. 아빠 이야기 끝.


“에이 뭔 이야기가 그래.”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천국에 관해 중요한 점을 가르쳐 주고 있잖아.”

“그렇기는 해요.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혼자만 있다면 지옥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예요.”

“우리 사는 이 세상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모여 살 때 사람 사는 맛이 나는거지.”

“그럼 친구들 괴롭히고 돈 뺏고 공부도 안하는 친구들도 소중한 친구라는 뜻이네요.”

“하하. 그래. 그들이라도 있으니 같이 이야기하고 놀이도 할 수 있는거 아니겠니?”



“이제 엄마 차례예요.”

“그래. 엄마는 무슨 얘기할까? 천국 얘기 나온 김에 나도 천국얘기 하나.”


서로 사랑하는 젊은 사람이 있었대. 두 사람은 하루라도 만나지 못하면 죽을 것만 같았대. 그런데 두 집안에서는 부모님들이 결혼을 반대하셨대. 그래서 두 사람은 죽기로 결심했어.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거기서는 아무도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거기서라도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자고 했지. 그래서 둘이는 하늘나라로 갔대. 그리고 하나님께 부탁했대. 결혼식을 올리게 해달라고. 그런데 하나님께서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더래. 왜냐면 하늘 나라에 신부나 목사가 없어 주례를 할 사람이 없다는거야. 그래도 이 사람들의 사정이 딱하니 신부나 목사를 구해오겠다고 하셨어.

한 보름쯤 지난 다음에 목사가 온다는 소식이 들렸대. 저 멀리서 목사가 오고 있는거야. 그걸보자 하나님께서 신도 신지 않으시고 달려가시더니 마구마구 껴안고 입을 맞추시는거 아니겠어. 그걸 보던 사람들이 불평하기 시작했어. 세상에서나 사람을 차별하지 왜 하늘나라에서도 사람을 차별하느냐고.... 그러자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마음을 아시고 말씀하셨지. “이건 사람을 차별하는게 아니란다. 하늘나라가 생긴 이후로 처음 오는 목사라 내가 너무 기쁜 나머지 달려가 안아 준 거야. ”

“그래. 이 이야기처럼 신앙생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하늘나라에 가기 어려울 수도 있는 법이다. 자칫하면 위선적인 사람이 되기 쉽거든.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을 파는 파렴치한 장사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지.”

“그것보다는 세상이 힘든다고 쉽게 세상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더 문제인거 같아요. 하늘나라라고 별 수 있나요. 그러니 어렵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기도하고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 노력해야지.”

“이제 좀 재미있고 웃기는 얘기해요. 제가 주일학교 형아들한테 들은 얘기 하나 해줄께요. 이번엔 천국이 아닌 지옥얘기.”

어떤 사람이 못된 짓만 일삼다가 지옥으로 떨어졌대요. 이 사람은 지옥심사대에서 서류심사가 끝나고 어떤 지옥으로 배치가 되었대요. 그곳 간수가 이 못된 사람에게 방을 배정해 주려고 데리고 가면서 마음에 드는 방이 있으면 넣어주겠다고 골라보라고 했어요.

첫 번째 방에는 가시 방석 위에 앉아 있는거예요. 사람들 엉덩이마다 피가 줄줄줄 흐르고 아파서 손을 짚으면 손에서도 피가 나는 거예요. 그러다 잘못해서 넘어지면 얼굴도 가시에 찔려 피가 나는거예요.

두 번째 방은 가시몽둥이 찜질하는 방이예요. 험악하게 생긴 망나니들이 무시무시한 가시 몽둥이로 계속 때리는 거예요. 사람들은 이리저리 소리지르며 도망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보였어요. 그러다 잡히면 사정없이 두들겨 맞는거예요. 너무 살이 떨려서 다른 방을 보자고 했어요.

세 번째 방으로 가니 사람들이 정신없이 무엇인가 먹고 있었어요. 이 방으로 갈까 생각하다가 이 사람은 일단 지켜보기로 했어요. 자세히 보니까 사람들 입에 무엇이 씌워져 있는데 아주 작은 구멍이 하나 있어서 그곳으로 밥을 먹고 있어요. 얼마나 구멍이 작은지 밥이 한알 밖에 안들어가는 거예요. 간수가 그러는데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먹어야 한그릇도 못먹는대요. 그래서 다른 방을 보기로 했대요.

다음 방에 냄새가 고약하게 나는 거예요. 커다란 욕조에 똥물이 가득 담겨 있고 사람들은 욕조에서 목만 내놓고 있는거예요. 그리고 옆에는 무시무시한 간수가 지키고 있어요. 이 사람은 가만 생각했어요.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이곳이 제일 편할 것 같다고요. 그래서 간수에게 이 방에 넣어달라고 했어요.

냄새가 나긴 했지만 가시몽둥이에 얻어맞거나 가시방석에 앉는 것에 비하면 너무너무 편하고 좋은 거예요. 그런데 잠시 후 간수가 명령하는 거예요. “잠수!” 그래서 따졌대요. “왜 갑자기 잠수를 시키는거죠?” “이곳은 천년 동안 잠수하면 1분간 휴식을 준다. 네가 목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본 것은 천년 동안 잠수하고 나와서 쉬는 것을 본거야. 빨리 잠수!”

“그 이야기 정말 재미있다. 참 우리 인생도 그 이야기와 다를 게 하나도 없구나.”

“다시 아빠 차례에요.”

“그러지 말고 이제 돌려가면서 노래하자.”

김영광은 가족들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친구 성식은 아이들을 뉴질랜드 처형댁에 유학을 보냈다. 그리고 용정이네는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후배인 형선이네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렸고..... 김영광도 어느새 유럽의 어느 나라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었다. 틈틈이 유학이나 이민에 관련된 책을 사보고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고, 외국에 나가기 위해 준비할 것 중 장기간 준비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미리 준비할 생각이었다.

아내가 아이들 공부에 유난을 떠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유독 영어공부를 강요한 것도 사실 이것 때문이었다. 민주주의의 전통이 오래된 나라, 신사의 나라, 문화적 긍지가 높은 그 나라 사람들이 사람을 평가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어울리는지 온통 김영광의 관심은 그런 것에만 쏠려 있었다. 책을 봐도 라디오를 들어도 컴퓨터를 켜도 눈과 귀는 외국생활에만 초점이 옮겨갔다. 남들은 뉴질랜드나 호주, 캐나다를 선호하지만 김영광은 약간 생각이 달랐다. 뿌리가 깊은 나라여야 어떤 변화가 와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법이니 유럽의 나라로 가야 그 깊은 맛도 느끼고 문화적 뿌리에도 접근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쾌적한 삶은 덜하겠지만 야만성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을테고 치안도 잘 유지될테고....

‘정말 이 땅을 떠나는 것이 능사일까?’ 까닭없이 이런 회의가 종종 일었다. ‘그건 어려서부터 막연한 애국심을 강요당해왔기 때문일 거야.’ 가족들과 나눈 재미난 얘기도 결국 심란한 김영광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진정한 정치의 민주화, 경제의 민주화, 살맛나는 세상의 꿈 그런 것은 이땅에서는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정치나 경제는 군사독재보다 오히려 더 낙후되었고, 사회와 교육은 치열한 경쟁과 비열함, 협잡만을 강요하는 이 현실이 너무 싫었다. 정말 이땅에서 사는 것은 아무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런 세상을 위해 젊음과 미래를 희생하며 군부독재와 맞서 싸워왔나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쓰리다.

조금 나아보인다고 똥통에 들어갔다가 잠수당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은 강도같은 사람도 믿음씨 같은 사람도 모두 어울려서 살도록 만들어진 것인데 어디간들 별다를까? 하나님께서는 결국 우리가 딛고 사는 이 땅에 천국을 만들어 가길 우리에게 명령하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을 위해 제몸을 온전히 내어주는 큰가시고기의 부성애는 이땅에서는 도대체 어떤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걸까?

멀리 저수지가 보이고 배꽃이 하얗게 핀 과수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어려서 읽었던 동화 속의 궁전이 나타나는 것만 같다. 식사를 마치고 배나무 밑에 펴놓은 평상에 앉아 차를 마셨다. 차안에서부터 아무 말 않고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이 이상했던지 아내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막상 떠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흔들리네.”

“나도 생각을 해봤는데, 계획을 조금 바꾸는게 어때요?”

“어떻게?”

“잘 아는 기자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그 나라에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동체가 있대요. 모든 재산을 내어놓고, 각자의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 하고, 아이들 교육은 공동체가 책임을 진다는 거예요. 모든 의사결정은 공동체 총회에서 하고요. 그렇다고 세상 문화와 동떨어진 것이 결코 아니고 축제 때는 유명한 대중가수들도 초청되고 젊은이들의 최신 유행도 똑같다는 거예요.”

“정말 솔깃한 공동체군. 그런데 그게 무슨 관련이 있나?”

“이민을 가는 것이 아니고, 그 공동체에 유학가는 셈치고 3년 정도 그곳에서 살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과 공동체 운영방법을 익혀서 우리나라에 다시 적용하고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거예요.”

“좋은 생각 같애. 정말 하나님께 진지하게 기도해 보자.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계신지...”

어느새 하늘에 별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에 하얀 배꽃은 더욱 신비한 빛을 뿜어내고 하늘을 담은 저수지는 별들이 춤을 추며 부활절 축제가 한창 무르익고 있다.

연규민님은 충북민언련 운영위원이며, 법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업 외에도 국악, 글쓰기, 수다에 능하시며, 공부방 아이들과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식문제, 정치문제, 종교문제 등 그야말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 편집자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