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한가라고 물어온다면…

김승효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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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꾸뻬씨의 행복여행

“당신은 행복한가요?” 주인공 헥터가 끊임없이 묻는다.

헥터는 진실없이 환자와 대화하고 정해진 틀대로 일상을 사는 사람이다. 헥터는 엄마가 자식을 돌보듯 챙겨주는 클라라가 옆에 있고 환자의 물음에 또 다른 질문으로 응대하면서 행복에 대해 대답해 주지 않는 저렴한 정신과 의사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헥터가 낯익은 일상을 벗어나 행복이 뭔지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헥터의 기약없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클라라가 헥터 모르게 여행 가방에 넣어둔 선물은 연필 8자루와 수첩이었다. 헥터는 클라라에게서 받은 수첩에 ‘행복이란 무엇일까?’의 대답들을 적어 나간다. 헥터의 질문은 여행하는 내내 수많은 사람들에게 던져진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중년의 남자에게도, 중국의 화려한 유흥가 매춘부에게도, 오지의 선승에게도, 아프리카행비행기 4등석칸의 아이엄마에게도, 동성애자인 오랜 친구에게도, 10년을 사귀었던 첫사랑에게도, 심지어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마약상과 헥터를 납치한 사람들에게도 묻는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라고.

지난 주에 나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7년여 동안 열정을 가지고 정성을 쏟았던 모임을 해체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내 생활과 내 고민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던 모임이었다. 모임을 구성하고 지속하는 동안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즐겁고 신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행복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임이니 때때로 지치고 힘들 때에는 서로를 격려해가며 같은 시간들을 공유하고 쌓아 나아진 모습을 확인하는 일은 너무도 값진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은 영화 속 헥터처럼 정해진 틀을 유지하는 일이 본래의 목적보다 커버렸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크고 작은 부담감을 느껴 고민이 커졌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해서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받던 모임에서 서로에게 힘듦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부담감과 정해진 틀에 도움을 주지 못해 타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면서 좋은 기운을 주고받지 못하는 모임이 돼버렸다.

정해진 틀을 걷어내고 홀가분해지면 공부하려던 본래의 목적에 집중할 수 있을 꺼라는 기대를 가지고 틀의 모두를 정리했다. 이번 계기로 모두의 삶이 단촐해져서 공부에 집중하고 매진하길 바라며 몸과 마음에 묵직하게 쌓인 부담감을 털어냈으면 한다.

헥터가 행복수첩에 적은 행복의 조건들처럼 나에게 행복이란 사람을 갖는 일이 행복이고 미래보다 현재를 사는 일이다. 헥터의 여행처럼 고난을 겪을지라도 즐거운 일이 곧이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마음, 불행을 피하느니보다 지나가는 과정이라 인정하는 것이 행복이다.  내 소명이 있다면 소명에 귀 기울려 응답하여 행하는 것이 행복이고 사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마음이 행복이고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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