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힘이다

김승효
2014-09-12
조회수 310

[영화읽기]김승효의 마이플레이스

형부가 돌아가셨다. 추석 다음날 친정에 있는데 날아든 비보다. 물론 혈연으로 맺어진 언니는 아니어도 내 삶의 변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20대 때의 인연이다. 어릴 적부터 집안의 가장노릇을 해야 했던 언니의 그동안의 삶이 왜 이리 박복하게 느껴지던지…. 가족이란 가장 힘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고 가장 상처되는 존재이기도 함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을 들여다보면 가족이야기인 듯, 가족구성원인 개개인의 이야기인 듯 중첩되어 다가온다. 낳음으로 이어지는 어버이와 자식의 관계가 그렇고 같은 어버이를 가지고 있는 형제자매의 관계가 그렇고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는 온전히 혼자일 수밖에 없는 자기의 모습이 그러하다. 살아가는 것이 선택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어버이를 선택할 수 없고 형제자매를 선택할 수는 없는 걸보면 가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칠이는 돈 안 되는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하고 문숙이는 오로지 내편을 만들겠다는 속내로자식 을 낳으려고 하고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미안함을 갚고자 하는 삶을 살고자하고 아버지는 타인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고자 한다.

남편을 보낸 언니는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 공장의 생산직노동자가 되었고 어렵게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을 했고 졸업하고나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고 그의 일터가 커지면서는 또다시 집안 식구들의 가장이 되었다. 결혼하고나서 아이를 낳고도 쉬지 않고 일을 했고 아이와 남편을 돌보는 일에 여념이 없게 살았다.

문숙이처럼 이기적일 정도로 가족이 아닌 내 삶에 충실한 선택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언니처럼 자신의 선택보다 상처받을 가족에 대한 염려를 먼저 해야 하는지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문숙이의 선택이 부모에게 상처일 수 있고, 선택할 수 없는 아이에게도 상처일 수 있지만 문숙이가 선택하고 싶은 자신의 삶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가족을 위한 언니의 삶에 ‘너는 왜 너를 위한 삶을 살지 않았느냐’고 비난할 수 없지 않겠는가?

어쩌면 나로 인해 타인이 받은 상처든, 타인으로 인해 내가 받은 상처든지간에 상처라는 말속에는 온전한 내 의지보다는 타인들 속에서 보여지는 내 모습에 흠집나는 것을 못견뎌하는 자기 문제는 아닐런지. 물론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니 그 또한 당연한 마음일테지만 순수한 나보다 보여지려는 나를 더 중히 여길 때 상처의 화살은 나에게, 가족에게 향하게 될 것이다.

상처를 가장 많이 주고 받기도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약이 가족이며, 가족이 우리에게 힘임을 잘 알고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