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진화를 선택할 것인가?

김의열
20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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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루가복음 23장 34절)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면서 자기를 매단 로마 군인과 자기를 조롱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바라보며 한 말이다.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잘못된 행위는 ‘알지 못함’ 즉 무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불가에서도 인간이 번뇌망상을 일으키는 밑바탕을 무명(無明)에서 찾는다. 범부중생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겪는 모든 갈등과 폭력과 억압과 독점도 그 근본 원인은 ‘알지 못함’이다. 무엇을 알지 못함인가?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곧 나인 것을..”이라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깨달음 속에 우리 인간이 헤어나지 못하는 무명의 핵심이 담겨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대부분은 나와 네가, 더 나아가 나와 모든 우주만물이 결국은 하나라는 깨달음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각자 분리된 자아의식 속에서 ‘나는 나고, 너는 너다.’는 어둡고 고립된 무명의 골방에 갇혀있는 것이다.

▲ 일간베스트(일명 일베)회원들이 광화문 국민단식장 옆에서 피자와 콜라를 먹는 폭식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느티나무통신


낚시의 예를 들어보자. 낚시꾼이 손맛이라 부르는, 낚싯대를 따라 전해져 오는 짜릿한 쾌감은 사실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속살이 찢어지는 고통스런 몸부림이다. 만일 낚시꾼이 물고기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여기는 상태가 가능하다면, 즉 ‘나는 나고, 물고기는 물고기’라는 무명의 골방에서 벗어나 '내가 곧 물고기'라는 밝은 깨달음에 이른다면 낚싯대를 타고 전해오는 떨림은 더 이상 쾌감이 아닌 물고기와 함께 느끼는 내 고통이 될 것이다.(그 쯤 되면 낚시 자체를 그만두게 될 테지만...)

일간베스트(일베)회원과 자유대학생연합이라는 젊은 친구들이 광화문 세월호 국민단식 현장에 몰려와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단식을 이어가는 시민을 비웃고 조롱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마치 죽어가는 예수를 바라보며 비웃고 조롱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닮았다. 한참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정의로운 기운이 그 생명력의 바탕을 이뤄야 할 젊은이들이라서 더욱 안타깝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무명에 빠진 젊은이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우리 사회가 더욱 서글퍼진다.

인간 진화의 방향은 두 갈래다. 하나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방향이다. 각자가 분리의식에 갇혀 고립된 어두움 속에서 서로 경쟁하고 짓밟고 올라서고 빼앗으며 결국은 승자가 모든 걸 차지해버리고 패자는 쓸쓸히 도태되고 만다. 물질의 욕망이 정신의 가치를 압도하고 생존 자체가 지상과제가 된다. 우리는 이미 그런 진화의 패러다임에 길들여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진화기술만을 가르치려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베나 자유대학생연합의 젊은이들은 어찌 보면 그러한 우리시대 진화의 패러다임이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괴물인간)들이다. 결국 그들도 시대의 희생자인 것이다.

진화의 또 한 방향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우주생명의 합일에 이르는 길고도 거대한 연대와 협동과 사랑의 방향이다. 분리의식이라는 어두운 골방에서 벗어나 타인과 온 우주 생명을 향해 자신을 열고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입맞추고 노래하는 존재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화는 우리 각자가 나와 너, 모든 인류, 더 나아가 온 우주만물이 결국은 하나라는 깨달음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물질을 획득하는 건 정신과 영혼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일 뿐 남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경쟁하고 빼앗는 일은 없다. 아이들도 좋은 시와 음악을 들으며 자연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나눔으로 풍요로와지고, 소박함이 기쁨이 되며, 들꽃과 벌레들과도 친구가 되는 세상을 이루는 길이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충분히 공감한다. 세월호는 여러 가지 시금석 역할을 한다. 우리가 두 가지 진화의 길 가운데 어떤 길을 원하는가? 하는 문제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과 입장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 또 우리 사회가 어떤 진화의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세월호 참사를 대하고 해결해 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다행히 세월호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끌어안고, 죽어간 아이들을 내 아이들로 받아들이며, 유가족들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추석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빚고 음식과 술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기쁨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한 번 쯤 기억하자. 시간이 허락하면 음식과 과일을 싸들고 그들을 찾아가 함께 손이라도 잡아주자.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자. 결국 그들과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게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연대와 협동과 사랑이라는 진화의 방향이 아니던가?

아울러 일베와 자유대학생연합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미안하다. 나와 우리 어른들과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물질주의가 너희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너희들이 사랑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홀로 무명의 골방에 갇히도록 한 잘못을 용서해라.”고. 또 “너희가 지금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고 있지만 앞으로 깨달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함께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더 이상 그런 참사 때문에 슬픔을 겪는 사람들이 없도록 노력하는 자리에 함께 했으면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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