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플레이스’의 가족과 ‘변신’의 가족

정진숙
201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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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정진숙의 마이플레이스

‘마이 플레이스’에서 가족들은 완전한 한국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캐나다인도 아니었다. 결국 완벽한 이방인이 되었던 이들 가족의 모습에서 카프카를 보았다. 카프카는 서구 문화에 동화한 서부유대인(동화유대인)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동부유대인을 부러워했다. 카프카는 언어나 문화면에서는 독일인이었다. 혈통에 대해 고뇌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계속 던졌던 카프카. 영화 ‘마이플레이스’를 보면서 카프카의 <변신>의 가족 모습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족들은 어떻게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을까.

‘마이 플레이스’에서 문숙이가 결혼도 하지 않고 임신을 한 상태로 한국에 돌아와 아이를 낳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단지 아버지만 벼락을 맞은 기분이라고 했을 뿐 정작 딸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변신>에서는 그 동안 가족을 먹여 살려왔던 그레고르 잠자가 갑자기 갑충으로 변했을 때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한다. 누이동생은 오빠를 괴물로 취급하기까지 한다. 과연 가족이란 울타리는 어디까지 품어줄 수 있는 것일까.

‘마이 플레이스’에서 문숙은 아이를 낳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간다. 미혼모에 대한 지원도 받을 수 있고, 중단했던 공부도 계속 하기 위해서였다. 아이 키우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문숙의 엄마도 같이 캐나다로 간다. 아빠는 몽골로 가서 봉사 활동을 하게 되고, 오빠도 직장을 그만 두고 자신이 하고 싶던 영화감독을 하게 된다. <변신>에서는 가족을 먹여 살려왔던 그레고르가 흉측한 벌레로 변하자 건강하기는 하지만 이미 오 년 전부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사환 일을 시작하게 되고, 지금까지 예쁘장하게 옷 입고, 실컷 자고, 바이올린이나 켜는 것이 고작이었던 누이동생도 점원 자리를 얻었으며, 어머니는 양장점에서 일거리를 얻어와 바느질을 하기 시작한다.

‘마이 플레이스’에서 가족들이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가며 화합해 나가지만, <변신>에서는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가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상처를 입게 되어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레고르의 죽음 이후에 나머지 세 가족은 전차를 타고 교외를 향하면서 장래의 전망에 대해 논의했더니 세 사람의 직장이 썩 괜찮았으며, 앞으로 희망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이 플레이스’에서는 소울로 인해 가족들이 화합해 나가는 반면, 대비적으로 <변신>에서는 그레고르 잠자 한 사람의 죽음으로 한 사람에게만 모든 생활을 의지했던 남은 세 가족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게 되는 씁쓸한 결말을 맞게 된다.

‘마이 플레이스’에서 가족들은 문숙이 소울을 키우는 캐나다에서 자주 만나며 서로 소통하게 되면서 그 동안 쌓였던 서로의 상처들을 치유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서로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던 가족들이 소울이의 탄생 이후 하나의 ‘가족’으로 재탄생하는, 즉 ‘마이 플레이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과연 나 자신은 우리 가족 내에서 ‘마이 플레이스’를 잘 찾으며 생활해 나가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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