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단 하나의 '마이플레이스'

김영숙
201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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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김영숙의 마이플레이스

캐나다로 유학 간 동생이 갑자기 돌아왔다. 아이를 가진 채 혼자 가족의 품으로 찾아든 딸을 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엄마. 딸이 부끄러워 태어난 아이의 돌잔치 때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쉬쉬했던 아빠. 아빠 없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오빠.

캐나다에서 나고 자라다 한국으로 돌아온 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낯선 부모의 나라에서 살아간다. 오빠는 자신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모범생의 모습으로, 여동생은 나를 왜 한국으로 데려와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며 학업에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끝내 자퇴를 한다. 다시 돌아간 캐나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보낸 만큼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찾은 고향은 한국만큼이나 낯설고, 그곳에서의 자신은 또 다른 이방인일 뿐이었다.

직장 내에서의 남녀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던 엄마. 짧은 가방끈으로 한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었던 아빠는 캐나다에서의 성공한 삶을 포기하고 힘든 친정 식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다. 돌아가면 적어도 지금만큼의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귀국에 동의해 준 아빠의 모습은 배불러 집으로 돌아온 동생보다 놀라웠다. 그들의 귀국과정이 너무 조용해서, 어떻게 다 포기할 수 있지? 무엇 때문에 돌아오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는 가족과 함께 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아빠에게는 무엇이 남게 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동생이 아이를 낳으면서 그 아이를 통해 아빠와 화해하고, 각자의 기억으로 각색되어 존재하던 오해들이 해소되어 나가는 것을 보며 그들이 찾는 ‘마이 플레이스’는 이해관계가 얽힌 곳이 아닌 단지 가족 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보다 못한 아빠, 자신을 이해해주려 하지 않았던 가족에게 와 아이를 낳는 동생의 모습은 전세대인 부모님이 힘든 일을 겪는 가족에게 돌아오던 것에 오버랩되었다. 어릴 적 부르던 동요가사처럼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었다. 비 온 뒤 더 단단해진 땅처럼 이 가족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위기 상황에서 기적같이 서로를 향해 팔을 벌리고 힘껏 안아주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선택한 영화감독의 길에서 권태를 느껴 훌쩍 한국을 떠난 오빠 역시 자신의 ‘플레이스’를 찾지 못해 방황한다. 또 태어난 조카가 아빠 없이 자라며 겪을 혼란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우린 하나의 변하지 않는 ‘My place’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디를 갔던, 무엇을 했던 그 곳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말했듯이 우리는 단 한 순간도 혼자인 적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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